면역학 초창기에는 돌파구라는 명칭이 딱히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저자는 이 분야의 주류를 이루는 흐름으로 독자를 서서히 이끌어 나간다. 조류 독감, 흑사병, 소아마비, 루푸스, HIV/AIDS, 천연두, 류마티스 관절염, 암 등 16세기부터 등장하여 치료법이 알려지기 시작한 질병과 그 극복의 역사를 되짚어준다. 또한, 개별적인 과학적 발견이 다른 과학자들과 연결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무수한 학문 분야와 다국적 과학자들의 놀라운 다양성을 강조한다. 유명인사들의 행적을 묘사하기보다는 되도록 그들의 아이디어, 업적 및 해당 분야와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쉽도록 인터뷰 발췌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오늘날 가장 위대한 면역학적 진전을 이루어낸 긴 역사 속 시간 여행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면서 그간 제시되었던 기본적인 질문의 답을 알려준다. 알레르기의 원인; 기생충, 바이러스, 박테리아의 차이점; 우리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염증이나 열이 발생하는 이유; 항체의 정의; 자가면역의 작동법; 미생물의 정체와 건강 유지에 미치는 역할 등이 그 좋은 사례이며, 산더미처럼 쏟아져나오는 면역체계 강화 제품들의 선전 문구가 과연 믿을만한지를 묻기도 한다.
또한, 집단에 대비된 개념으로서의 개체별 면역체계의 실패와 성공, 쇠약해지는 자가면역체계의 유지 관리 방법, 건강 유지에 필요한 요소 등 평소 우리가 궁금해했던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스트레스와 가공식품 소비를 줄이고, 금연과 항생제 과다 사용을 자제하며 수면 시간을 늘리라는 권고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울 수도 있겠다. 인간 역시 자연계의 일부로서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강박적으로 세균을 방어할 필요가 없으며, 실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흙과 세균이 필요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