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미국 자본가들의 관점에서 이 책을 소개하자면전설적인 연준 위원장부터 누구나 알만한 이코노미스트 잡지 편집자 겸 역사가에 이르기까지다 떨어져 기워입던 식민지 시대의 누더기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부와 혁신의 성장 동력에 이르는 미국 자본의 발전상을 노래한 대서사시라 칭할 만하다이 책은 2018년 파이낸셜 타임스와 맥킨지 비즈니스 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참고로 맥킨지 비즈니스 어워드는 실용적이고 획기적인 경영이론을 표창하기 위해 1959년에 제정되었으며해마다 경영계와 학계의 저명한 지도자들로 이루어진 외부 심사위원단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뛰어난 기사를 선정하여 수여한다.


전설적인 경력을 시작으로 저자는 미국 경제의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까지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너머까지 알고 싶어 하는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의 소유자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유기체처럼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미국 경제를 이해하는 교과서적 방법론을 정립한 그는 특히 혁신의 난제인 생산성 성장에 관한 질문즉 혁신은 어디서 시작되며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보다 민주적으로 퍼진 혁신의 열매를 거두는 시기가 있던 반면 지금 같은 시기는 왜 그렇지 못한가?’와 같은 질문의 해답을 깊이 연구하였다.




저자가 평생에 걸쳐 씨름을 벌여왔던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지난 역사의 과정에 미국 경제를 움직여 온 결정적 동력이라는 핵심어로 압축된다이코노미스트 기자이며 역사가인 에이드리안 울드리지와의 협업으로 저자는 광활한 풍경내로라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업적성공적인 돌파구계몽적 사상과 형편없는 도덕적 실패담 등이 포함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 안에는 남북전쟁 이전 남부지역 경제의 기반이었던 노예 역할부터 루스벨트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뉴딜 정책의 실제로는 미미했던 성과자유무역 개방을 위해 전혀 자유롭지 못했던 미국 정부의 강압적 영향력 행사에 이르는 모든 중요한 논란거리도 들어있다자본 축적을 위해 악용되었던 노예제도원주민 학대와 이주민 착취 등 역사의 그늘 속에 묻혀간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인정하게 되는 분명한 사실은 미국을 유례없이 강력하고 융성한 국가로 만든 원동력은 수백만 평범한 미국인들이 뿜어낸 비범한 생산적 에너지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사실 저자가 주장하는 가장 큰 미국적 특징은 창조적 파괴와 그 결과에 대한 독특한 관용에 있다예전의 문물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생각에 따라 끊임없이 동요하며 새 문물에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때로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지만이 창조적 파괴는 거의 모든 미국인을 불과 몇 세대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시민들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생활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정의감과 인간 존엄성이 변화의 고통을 정면으로 맞이하는 선구자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마땅하겠지만미국인들은 언제나 이득에는 수고가 따름을 수용하였으며 이러한 유산의 인식이 있어야만 그들이 맞섰던 도전이나 자랑해마지않던 국운 상승이 퇴색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하지만 지금 이 시대 미국의 생산성 성장은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며 다시금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과연 미국은 빅 브러더로 불리던 세계적 주도권을 지속할 수 있을까아니면 자칭 미국보다 덜 민주적인(?!) 국가들에게 어쩔 수 없이 주도권을 양보할 것인가미국이 당면한 가장 절박한 이 질문에 역사의 교훈을 적용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다시 없어 보인다.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실크 스타킹을 가질 수 있었다. 자본주의는 가난한 여공도 그 스타킹을 신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