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움을 다시 생각하는 3부의 첫 장은 아쉽게도 남자들은 모두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투성이로, 남자들이 따라야 할 요리법을 잔뜩 나열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개된 내용과 문맥상 연결이 어색한 이 부분은 사실 요리가 맨박스로부터 남자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이자 진정한 남자다움에 유용한 기술임을 언급하려던 저자의 의도로 읽힌다. 남자다움을 재정의하는 데서 한발 물러나 이 부분만 부록으로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부의 나머지 부분은 우월감으로 흐르기 쉬운 남성의 신체적 특징, 훌륭한 아버지가 되는 길, 오래 가기보다는 더 나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다루면서 감성의 연결고리를 갖고 유지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훌륭한 ‘요약 보고’를 선호하는 저자는 책 뒤편에 요약 정리를 달아놓아 앞서 다루었던 주제들을 돌아보고 논지의 핵심만 정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친절 자상하게도 남성 독자들이 남자다움을 실행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읽혀 살갑다.
아들 없이 십 대 초반의 딸만 하나뿐인 저자는 딸 가진 아버지의 심정에서 나중에 딸이 장성하여 괜찮은 젊은이와 진지한 만남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호주의 심리학자 비덜프의 입을 빌려 그 청년이 그의 아버지로부터 이성 존중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받았기를 소망한다.
“사랑과 살뜰한 관심을 받고 싶다면 여성을 인간으로 여기고 그들과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을 연약하게 만들고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지만, 결국에는 삶의 참된 기쁨을 찾게 될 것이다. 여성도 삶이라는 모험의 여정에서 남성과 같은 것, 즉 기쁨, 친밀감, 이해, 함께할 동반자를 원한다.” (p.107)
이 책은 남성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무척 흥미로운 읽을거리임이 틀림없다. 저자는 남성 독자들에게 스스로 책임 의식을 가지고 미래를 헤쳐나갈 힘을 암묵적으로 부여하고 있으므로, 여성 독자라면 사랑하는 어린 아들이나 연인 혹은 남편이 남성성의 늪에서 허우적대지 않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를 자문할지도 모른다. 만일 이런 부분이 추가 보완되어 출간된다면 더욱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 등장하는 수많은 일화와 남자다움의 주제에는 20년 넘게 편집자 또는 언론인으로 일해 온 저자의 관찰과 관록이 녹아있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남성이 자신과 이후 세대를 위하여 남성성으로 과대 미화 포장된 맨박스를 인지하고 정체를 파악한 후 결별하는 방법을 안내하도록 고안된 지침서이다. 저자는 남자다움의 의미를 돌아보고 잃어버린 감성을 복구하여 남성들뿐 아니라 그들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고 건강하며 더욱 의미 있게 살 것을 희망한다. 어떻게? 사랑의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