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은데요 - 청년 정치인의 현실 정치 브리핑
이동수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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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으로 가린 얼굴. 뒤집어 입은 교련복. 깨진 벽돌과 몰로토프 칵테일. 군부 독재 타도를 외치던 팔뚝질. 이게 다 뭐냐고? 영화 1987의 시위 장면과 겹치며 등장하는 멋진 주인공 강동원처럼은 아니지만 나름 군부 독재로부터 정치 민주화에 한 숟가락 얹어본 세대의 기억 속 장면들이다


그로부터 30년도 더 지나 비록 정치는 민주화되었다지만 경제 분야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상황은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피 끓던 청춘이 이제는 배 나온 아재가 되어 식구들 먹고사니즘에 지치고 아직도 진보냐 보수냐 진영 싸움하는 정치권에 진력이 난 요즘,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 2, 30대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마침 이 책을 만났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태어난 저자는 이제 30대에 막 들어선 젊은이지만 정치 활동에 관한 한 절대 초심자가 아니다. 이미 고등학생 시절부터 청년의회 활동을 시작하여 대학에서는 언론을 공부하였고 졸업 후에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지금은 청년정치크루를 이끌고 있다.

 

책 제목처럼 저자는 분열로 망하는 진보와 부패로 망하는 보수를 모두 지켜보며, 이념과 패거리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주는 상식정치의 현주소를 묻고 있다. 아직도 그저 그런 수준의 정치환경을 물려 준 앞선 세대로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을 접하며 떠오른 옛말이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상식적으로 이 나라의 미래는 앞으로 죽을 날이 가까운 기성 정치인들보다 살날이 더 많은 젊은 정치인들이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30년간 새 술을 담글 환경이 아직도 조성되지 않아 여전히 헌 부대에 술을 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곳곳에서 수준 이하의 언행을 일삼는 일부 정치인들을 볼 때마다 왜 불필요한 사회적 스트레스를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가 자문도 많이 해보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능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새 술을 담글 새 부대를 마련하면 될 것 아닌가.

 

저자는 청년들이 기성 정치인들과 공정한 정책 대결이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정비하여 진영과 관계없이 소신껏 활동할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정치 초년생인 점을 고려하여 비례대표를 늘리거나 공천의 일정 부분을 할당해 달라는 요구 따위는 필요 없는 대신, 능력과 콘텐츠로 경쟁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런 패기와 참신함이야말로 기성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정책 대결의 도전장이 아니겠는가. 이 부분, 상당히 고맙고 마음에 들 뿐 아니라 정치의 장래를 낙관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앞으로 저자와 같은 젊은 정치인들이 대거 입문 등용되기를 강력히 희망해본다.


 

사족으로 간접 민주주의, 대의정치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을 위해 어설프나마 다소 과격할 수 있는 제안 몇 가지를 적어보았다. 대한민국의 한 유권자로서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니 이로 인한 시비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만 하면 모르기는 해도 정말 하고픈 사람만 할 수 있는 업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군필자(남성) 및 실거주 1주택자로 자격 제한. 국회의원 외 사학재단 사외이사 등의 겸직 금지. 보좌진과 비서 폐지. 최저시급의 5배 이내 급여. 고급 승용차 대신 자전거 지급. 입법 활동과 무관한 면책특권의 축소 또는 폐지. 해외연수 자부담.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국회 회기 중 결석 시 벌금부과. 일반 공무원처럼 58세 은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금지. 국회의원 단 하루만 해도 받는 연금제 폐지.’

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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