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해우소 - 중2병의 진짜 원인과 치료법
유선종 지음 / 이너브리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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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와 작가가 만나고 보니 동명이인이다. 같은 한자를 쓰는 희귀성씨에 같은 돌림자를 써 항렬마저도 같다. 게다가 서로 알게 된 바로 연락하여 다음 날 식사와 차를 나누며 졸지에 심층 인터뷰를 하게 되는 경우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들은 이름뿐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에 관한 생각도 많이 닮아있었다. 걱정거리를 해결한다는 뜻으로 해우소로 명명하였다 한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로서 리뷰어는 한국에서, 작가는 일본에서 지난 10여 년을 보냈다. 제반 교육문제에 관한 한 한국이 그들만의 리그전이 벌어지는 숲이라면 일본은 숲 밖의 메이저 리그 세상이다. 숲속에 머물면 기껏해야 눈앞의 나무만 보일 뿐이지만 숲을 벗어나 높은 곳에 오르면 숲 전체가 보이는 법이다. 숲속에 살던 리뷰어가 산불에 쫓겨 다니며 아이들에게 나무 오르는 법을 가르치느라 정신없던 반면, 개인 사정상 숲을 떠나 있어야 했던 작가는 바로 그 덕에 숲속 넓은 공터와 물 맑은 샘터가 어디쯤 있으며 산불이 났을 경우 피신 경로를 봐 두는 등 넓은 시야로 숲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다 무너져 가는 숲속 생태계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작가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 연달아 두 권의 책을 냈다.

 

사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인 나는 우리 애들이 삼성 간다 할까 두렵다의 개정 증보판으로 첫 출간 이후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분량과 글감 면에서 한층 더 많은 자료를 보충하고 내용의 깊이를 더하여 내놓은 것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중2병 보고서 같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교육 사안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담은 생각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통의 감내와 치유가 환자의 몫이라면 적절한 진료와 치료는 의사의 몫이다. 이날 4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의사는 환자의 열띤 증상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담아듣는 모습이었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북한도 무서워 못 내려온다는, 2병으로 통칭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적나라한 교육 현상의 원인, 평생 가는 후유증과 해결책을 찾아보고(1), 단군 이래 가장 많은 학습량에 시달린다는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교육이란 이름의 학대를 살펴본 후(2),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으나 현실 세계에 꼭 필요한 생각들을 담았으며(3), 마지막으로 플레이파크, 거꾸로 교실, 국제 바칼로레아, 자유 학원 등 성적과 지식 습득이 아닌 배움을 통해 개인의 능력 발견과 계발이 행해지는 외국의 좋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4).

 

교육인도 교육학자도 아니지만, 저자의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은 이 책의 구성에도 많이 반영되어 보인다. 서적도 상품인지라 도서 대부분이 출판 비용을 고려하여 단색이거나 기껏해야 2도 인쇄가 일반적이지만, 25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눈에 잘 띄는 산뜻한 색상들의 소제목, 컬러판 사진 인쇄물, 다양한 형태의 도표와 그림들을 배치하여 가독성과 이해도를 높여준다. 또한,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주요 문단의 글씨체에 진한 색상과 기울임 효과를 주어 논점의 요지를 파악하기 쉽게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탄생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우리 아이들은 모두 영혼을 지닌 작은 우주이며,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빼앗기고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무모한 학업 경쟁에 내몰리는 희생양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현재 노년 인구는 늘고 있지만 취학과 경제인구는 줄어드는 현실을 볼 때 특히 청소년 시절부터 인생의 즐거움을 배우지 못하면 자신을 찾아가는 머나먼 인생길이 고역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교육 당국을 비롯한 기성세대가 진정으로 어린 학생들이 미래에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동량이라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진지한 자아 탐구를 위해 학교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필기고사 없이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중학생 자유 학년제는 여력 있는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학력의 양극화만 키울 뿐, 진로 탐색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 이후 하향 평준화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시대의 흐름을 뒤쫓아가지 못함을 자조하는 표현으로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라고 한다. 학교 현장과 이후의 개인의 삶에서 드러나는 교육문제는 단순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껴안고 가야 할 문제이다. 적어도 교육에 관해서 만큼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함께 수고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의 교육환경을 걱정하고 자녀들의 아름다운 성숙을 염려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일독하실 것을 삼가 권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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