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1/3이라는 적잖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교 그리고 그 안의 더 작은 공간인 교실이 있다. 1학기 초반 한 달 정도는 그나마 새로운 시작이라는 분위기 덕분에 교사나 학생 모두 그럭저럭 지내지만, 중간고사가 끝나면서 상승하는 봄볕 온도와 함께 아이들의 긴장감도 함께 풀어지기 시작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간직해온 본색(?)도 서서히 드러난다.
다행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성장을 의식한 듯 성숙하고 자제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 녀석들의 본질은 초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고3 남학생들이라 덩치가 커지고 말솜씨도 늘어 조금 세련된 초등학생이랄까? 점심 급식을 줄 안 서고 조금이라도 빨리 먹겠다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공부를 저렇게 하면 참 훌륭하겠다는 바람만 반복한다.
예전에는 수업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생들의 ‘문제적’ 행동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요즘은 ‘낯선’ 이란 말로 바꿔 쓰는 추세이다. 용어 자체를 새로이 적용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통제와 평가의 대상에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려는 반가운 시도로 보인다.
교실에서 30여 명의 학생과 혼자뿐인 교사를 놓고 보면 수적으로 당연히 교사가 약자인 셈이다. 이를 만회하고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학생들을 장악(?)하려는 심리가 발동하기 마련이다. 학기 초라는 시기적인 특성상 교사와 학생 간에 인간적 만남으로서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전에 위계와 질서유지가 먼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기 마련이다. 연배가 좀 있는 교사라면 3월 한 달간은 양복 정장에 웃음기 거둔 표정 관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익히 아실 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