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되기 싫은 개 - 한 소년과 특별한 개 이야기
팔리 모왓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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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개를 키우지는 않지만, 누구나 개를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를 키울 여건은 못되지만, 개를 좋아하고 키우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을 읽다가 방바닥을 몇 번은 굴렀을 것 같다. 이 책을 관통하는 코드는 가족 같은 개와 야생동물을 포함한 대자연을 함께 했던 저자의 유쾌한 어린 시절 추억이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28년부터 대략 10년 정도 저자의 유년기이고 실제 출간된 해는 1957년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한국 동란을 겪으며 어렵게 사는 동안 저 건너 지구 반대편의 캐나다에서 저자는 대자연에서 호연지기를 키우며 살았으리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살짝 부럽기도 하였다.


 

현지에서 자연주의 작가로 유명한 저자의 놀라운 어휘력과 자조적 유머는, 문법에 엄격하고 완전한 언어사용을 추구하던 도서관 사서 출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자신을 비하하지 않는 동시에 유쾌한 어조의 농담으로 살짝 비틀어 우스꽝스럽게 말하는 점이 돋보인다.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은 미국 대공황 시기에 먼지 구덩이 시골로 가족이 이주하면서 시작된다. 시골 생활을 모르던 엄마에게 이 여행은 하나의 도전이었지만 저자에게는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인 새로운 종류의 모험에 무수한 기회를 가져다줄 모험의 땅이었다.

 

아버지 앵거스는 직업이 사서인 반면 타고난 뱃사람으로 평야지대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엽사가 되기로 한다. 이는 당연히 새 사냥에 필요한 사냥개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몸값 비싼 사냥개를 찾던 와중에 어머니는 새끼 오리를 두당 10센트에 팔러 온 시골 꼬마로부터 4센트에 강아지를 사들임으로써 지혜롭게 일을 해결한다. 비싸고 근사한 사냥개 살 돈도 굳었고 꼬마 저자가 좋아하는 사냥개도 얻었으니 일거양득인 셈.

 

명견을 원하던 아버지에게는 조금 유감스럽지만 머트라고 불리게 된 이 리트리버 바둑이가 바로 국면을 전환할 엄청난 존재였다. 사냥에 바로 투입된 건 아니지만 사냥감을 잘 물어와 내기에 이길 정도로 유명인사가 된다. 동네 총포상에 전시된 뇌조 박제를 순식간에 물어와 사냥개로서의 물어오기 실력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머트는 훌륭한 사냥개일 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학습으로 스스로를 훈련하여 고양이들의 전매특허인 울타리 위 걷기를 시전함으로써 동네 고양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악취를 풍기는 골칫거리 스컹크를 쫓아내기도 하고 높은 나무와 사다리에 오르는 재주를 보여주기도 한다. 꼬마 저자에게 머트는 풍부한 상상력과 초자연적인 언어 능력을 지닌 완벽한 동료였다.

 

인물에 대한 세부 묘사는 거의 없지만 저자의 부모님에 대한 언급 역시 눈에 띈다. 하나뿐인 아들을 애지중지 키울 법도 하건만, 아무리 너그러운 부모라도 수리부엉이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야생동물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함께 생활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임에도 동물을 해부하고 방부제를 쓰도록 허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이들 세 가족이 매우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으며 아들에게 굉장한 애정을 쏟았음을 알 수 있다.

 

순수하고 유쾌한 유년 시절 저자의 추억 이야기라 독자에게는 무엇 하나 걸리는 것 없이 술술 읽히는 이 책은 쉬지 않고 한 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만큼 가독성과 흥미, 몰입도 면에서 훌륭하다. 독자가 만일 동물 애호가라면, 특히나 개를 좋아하는 경우라면 틀림없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읽게 되시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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