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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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는 온통 카우보이와 카우걸뿐이고, 주일이면 동네 교회에 빠짐없이 모인 주민들이 하늘나라에 이르는 설교를 듣는 마일스 시 같은 곳에서 십 대 소녀로 살아가기란 만만치 않다. 역사 선생님이나 편의점 직원이 알지 못하게 누군가와 드러내놓고 키스하기란 더 어렵고, 하나님조차도 다른 모습의 소녀를 허락하지 않는다.

 

1989년 몬테나 주의 포트 마일스 시에서 가장 친한 친구 아이린과 키스를 나눈 어느 여름날 밤, 열 두 살의 주인공 캐머런의 부모님이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수없이 많은 감정적 혼란의 시초가 된 친구와의 키스를 계속 원했고, 부모님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첫 반응은 의외의 안도감이었다.

 

부모님을 잃은 슬픈 감정이 넘쳐 오르는 대신, 친구 아이린과 저지른 부끄러운 비밀이 세상에 드러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안도감과 친구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죄책감은 점점 커져 자신의 감정을 갉아먹게 되고, 부모님의 사망과 이 비밀은 헤어나올 수 없는 상심과 맞물리게 된다.

 

이후 부모님의 사고 여파로 대단히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루스 이모와 구시대의 유물 같은 할머니가 캠을 돌봐주기 위해 함께 살게 된다. 이 시점부터 캠은 자신이 알고 있던 인생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리라 짐작한다.

 

점차 나이가 들면서 캠은 자신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발견한다. 들키지 않고 물건을 슬쩍하는 재주, 훔친 술을 마시면서 알아낸 자신의 주량, 마리화나는 언제나 옳다는 것 등.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매료되면 아주 정신없이 푹 빠진다는 점이다. 전혀 가망이 없어 보이던 콜리 타일러 같은 이성애자 소녀에게 빠져들면서 캠은 감정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마일스 시에서의 생활은 타인과 섞여들어 아무런 삶의 파도를 일으키지 않음을 의미하며, 특히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파도가 곧 닥쳐오고 말았다.

 

캠은 가족의 감시망을 피해 은밀한 좌충우돌의 삶을 살며 다른 여자애들과 엮이게 된다. 이미 멋진 남자친구가 있으며 픽업 트럭을 몰고 다니는 매력적인 카우걸 콜리 테일러가 마을로 이사를 온 것이다. 콜리와 절친이 된 캠은 자신도 모르게 친구 이상의 것을 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캠의 열망은 곧 밖으로 노출되고 만다.

 

콜리의 남자친구가 그해 여름 멀리 떠나가 있는 동안 이들은 친구 이상의 각별한 사이가 된다. 이성과 동성 친구의 사이에서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괴로워하던 콜리는 자신의 가족과 교회에 이들 사이의 관계를 알리고 만다. 극도로 종교적인 루스 이모는 특단의 조치로 동성애 호감 증후군 환자인 조카 캐머론을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기숙학교에 보내기로 한다. (이후의 줄거리와 리뷰는 2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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