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착하게 살아야 해 - 착한 척, 괜찮은 척하느라 지쳐버린 이들을 위한 위로
김승환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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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착한 척, 괜찮은 척하느라 지쳐버린 이들을 위한 위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이야말로 바로 나를 두고 쓴 거라며 무릎을 칠 분들, 많으시리라 본다.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필자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6개월 만에 그만둔 후, 6년간 6차례의 이직을 거쳐 마침내 찾은 강사의 직업으로 15년간 30만 명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 책은 그를 거쳐 간 수많은 상담의 기록으로, 사람들이 지닌 행복과 기쁨에 가려진 상처와 아픔을 함께 나눈 경험담이기도 하다. 물론 자신의 어릴 적 착해빠졌던 그리고 지금도 일부 그 연장선에 있는 흑역사를 과감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전체 4부로 구성된 목차를 보면, 생각과 감정을 잃어버린 진짜 나를 찾아보고(1), 생각과 감정 더미에 묻힌 를 응원하며(2), 상처투성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마음 훈련을 한 후(3) 다 함께 행복한 소통의 기술(4)을 말하고 있다. 최근 마음 챙기기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무엇보다 이 책은 크게 학술적인 정보전달보다는,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생활 속 소재와 마치 독자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내담자들의 사례를 들고 있어 전혀 지침서나 철학서 같은 느낌은 주지 않는다.

 

일전 읽었던 심리학 저서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에서는 이를 역삼각형으로 도식화하여 왼쪽 위 꼭지점부터 시계방향으로 방어-억제감정-핵심감정의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똑같은 마음 챙기기 주제인데 도식과 사례위주 설명이라는 각기 다른 동서양의 설명 방식의 차이가 느껴져 흥미롭다.



 

내담자들의 아픈 상처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필자 역시 어려서부터 착한 아들 증후군속에서 자라왔음을 발견하였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언행을 따르도록 강요당하고, 소중한 이름 석 자의 존재로 불리며 인정받기보다는 동생에게 양보하는 맏형이나 집안의 맏상제라는 역할의 기대 속에 숨죽여 살았다. 성인이 되어 결혼한 후에도 별다른 감정표현 없는 사람이었는데 이로 인해 죄 없는(?) 필자의 배우자는 엄청난 심적 충격을 받았노라고 훗날 알려주었다.

 

평소에는 자상하지만, 자신의 기준에 벗어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엄한 아버지였던지라 싫어도 싫은 내색을 못 했고 이런 약해빠진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을 안고 살았다. 세월이 흘러 성인 대 성인으로 대등한 대화가 가능해질 무렵 허망하게도 그 무섭던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보여 돌봄이 필요하게 되었고,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제때 표출하지 못해 쌓일 대로 쌓인 분노는 자신과 자녀들을 향한 독이 되었다. 다행히 십 대 후반에 접어든 아이들과 사이가 원만해진 것은 그나마 최근에 와서야 대화와 독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하고 소중한 자신의 본래 모습을 깨닫게 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내담자가 이런 방식으로 아픔을 털어놓는다고 하여 자존심이 무너지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에 문제아는 없고 상처만 있을 뿐이며, 누구나 충분히 사랑받을 사람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혹시라도 마음속 무거운 짐을 진 독자라면 이제는 그만 힘들어하고 더 늦기 전에 나에게 상처 준 이와 화해하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시길 바랄 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 문제아는 없습니다. 상처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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