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 불만입니다 - 나를 살리고, 관계를 살리고, 인생을 살리는 소통력
홍석고 지음 / 라온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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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이력의 저자가 소통을 주제로 책을 내었다. 대개는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제목을 사용하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소통의 반대, 불통이 불만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일상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느낄 때 갖는 심적 불안감이 더 크게 남기 때문에 불만을 지니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나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인물과의 불통이라면 상당히 극복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사실 소통은 말하고 듣는 사람 사이에 대등한 자리매김이 전제되어야 한다. 직급, 지위, 나이, 성별 등의 요인도 간접적으로 불통에 한몫한다. 대한민국 대화는 일방통행, 한 번 막히면 평생 고생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되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우리는 말하는 매 순간 이러한 당위성을 머리로는 의식하면서도 늘 소통에 어색해하고 돌아서면 후회한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 살아가야 하므로 소통의 기술을 배우고 익힐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있고 2부의 분량이 눈에 띄게 많다. 소통하고 싶은데 왜 불통이 될까를 묻는 1부에서는 내 뜻을 알리는 기술인 소통력과 불통을 없애는 8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불통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을 설파한 2부에서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화 및 인생의 전환기를 앞둔 나와 대화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동서고금의 유명 시인과 작가, 철학가들의 금쪽같은 명언과 함께 저자가 인생길에서 체득한 지혜가 번득인다.



 

한편 앞서 말한 저자의 특이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일찍 사망한 아버지의 학대와 그가 남겨준 지독한 가난으로 조부모의 손에 맡겨졌으며, 제때 학비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밑으로 일곱 동생을 거느린 맏형 가장 노릇을 하느라 취업을 위해 상고에 진학한다. 좌절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이유가 많겠지만, 그는 매슬로우의 6대 욕구의 첫 번째인 생존 욕구에 충실하였고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그의 비결은 꿈을 이루어준 자신과의 대화였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면서 알아듣기 쉬운 단어로 이루어졌다. 아마 도움의 눈길조차 아쉬웠을 불우한 처지의 그는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야만 했을 터이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여 답하면서 일찍 배운 세상과 주도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한 계기였으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는 소통의 기술은 학술적 내용이라기보다는, 역설적으로 인생의 나락까지 떨어져 본 실패자였기 때문에 체득할 수 있었던 잊을 수 없는 경험의 산물이다. 머리로만 배운 지식은 몸으로 깨달은 교훈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니까. 또한, 지난날 소위 잘나가던 시절에 자신이 행했던 불통을 인정하면서 상처를 준 사람에게 용서하는 편지글을 실었다.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하는 것이지만 결국 그것은 피해자 자신을 위한 행위라고 설명한다. 억울한 일을 당해 본 사람이라면 용서라는 행위가 생각보다 그 쉽지 않음을 잘 이해하리라 본다. 흉부 수술을 두 차례나 받을 정도로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그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소통은 온갖 미사여구와 영악한 화술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부터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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