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니시나리 카츠히로 지음, 이진경 옮김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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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대학 4학년 때 옆집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한 친구 동생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러 갔다가 속절없이 도망 나왔던 아픈 기억부터 떠오른다. 나 자신이 중학생 되던 시절부터 수학 포기자였음을 잊고 살았다. 아마 집합 부분이었던 것 같다. 교집합, 부분집합까지는 생각나는데 그 이후로 수학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수학 그까짓 걸 배워서 어디에 쓰느냐며 몇십 년을 살았고 내 집 마련하느라 은행 대출이자 계산하던 게 산수의 전부였다. 이만하면 수학은 버렸어도 영어는 건졌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문과생으로 손색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 같은 장기 수포자를 위한 수학 안내서가 나왔다. 누워서도 읽는 수학책이고 이 책을 읽은 문과생이 자기 딸에게 중학 수학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수학에서 말하는 논리적 사고를 저자는 아래와 같이 여섯 가지로 구별해 놓았다. 첫 번째 설명을 읽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지면서 아~! 그래 내가 수학을 포기한 이유는 바로 저거였구나 싶었다.

 

자기 구동력=사고의 엔진.

단계적 사고력=끈질기게 생각을 이어가는 힘.

의심력=자신의 판단과 답을 의심하는 힘.

전체 판단력=하늘을 나는 새의 시선처럼 사물의 전체를 파악하는 힘.

상황 판별력=복잡한 과제에서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정확하게 판단하는 힘.

점프력=번뜩임 또는 엉뚱한 발상.

 

자기 구동력은 수학을 배우는 목적을 이해시켜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라 했는데, 수포자가 된 원인이 바로 이 지점이었음을 40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달았다. 집합을 처음 배우던 날 저런 건 대체 왜 배우는지, 배워서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건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다. 불행히도 나는 이 의문에 대한 마땅한 해답을 얻지 못하였고, 어린 학습자일수록 꼭 필요한 동기부여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수학에 대한 흥미 상실이 반드시 수학적 능력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이 책의 저자처럼 단 6일 만에 중학교 3년 과정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문과 외길 인생을 걷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진로의 폭이 훨씬 더 넓어져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으리라는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어딘가에 써먹을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써먹으려 들지 않았을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애써 수학을 외면하고 살아왔지만, 수학이란 과목의 위력은 논리적인 사고방식, 즉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있었다. 인생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차분히 풀어나가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마치 방정식 연산과 닮아있으니 말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수학 문제에는 반드시 해답이 있지만 인생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일 뿐. 차분히 끈덕지게 정확한 답을 추구하는 생각의 힘이 나에게는 아직도 모자람을 일깨워준 책, 감사하다.

수학을 사용하면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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