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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
요하네스 부체 지음, 이기흥 옮김 / 책세상 / 2019년 11월
평점 :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만 첫 등교 날 지각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 마음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학교는 인생이고 등교 첫날은 바로 오늘이다. 철학 시간에 내가 지키고자 하는 마음의 실체를 세네카, 에피쿠로스, 몽테뉴, 실러 등 여러 철학자의 시선에서 들추어 주고 있다, 아무리 철학의 거장들이 도와준대도 마음을 열고 듣지 않으면 그들의 말을 온전히 다 알아들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 수업은 잘 들어야 하지.
고등학교 이후로 나에게 철학은 (당시의 과목명은 윤리였다) 등장인물이 많고 사상이 복잡한, 이것저것 외워야 하는 시험 대비 암기과목이요 서양 철학의 계보일 뿐이었다. 선생님이 읊어주시던 내용은 하나도 이해를 못 하면서 그저 암기만 했을 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시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모양새는 오늘날까지도 별반 다를 바 없어서 철학은 막연하고 어렵다는 선입견과 그로 인해 생겨난 방어기제부터 내려놓아야 했다. 게다가 저자가 특별히 한국인 독자들을 위해 내놓은 책이 아니므로 우리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으리라는 점도 감안해야 했다.
나이 어린 소년도 철학하기를 꺼려서는 안되고, 나이 많은 노인도 철학하기를 피곤해해서는 안 된다. 영혼의 건강을 얻는 데 너무 이른 나이도 없고, 너무 늦은 나이도 없기 때문이다.(p40, p283)
철학이라는건 언제나 삶의 지침이며 쉬운 언어로 생활 속에 배어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아무래도 생각 짧은 나에게는 쉽게 읽히지 않는 편이었지만 위 에피쿠로스의 인용처럼 언제 어디서나 철학을 권장하는 저자가 건네주는 메시지는 이렇게 읽힌다.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 먹고 사느라 바빠 자신이 어디로 쓸려가는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잊어먹고 사시나 본데, 이참에 한 번 돌아보고 가시게. 그래 봐야 겨우 다섯 가지야. 세상일에 쫓겨 닦달당하는 자네 영혼, 단단히 붙잡아 매시게. 세상 무섭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눈 크게 뜨고 잘 보라고. 죽음? 그건 삶의 연속이야 열심히 아름답게 자신에게 충만하게 살다 보면 무서워할 겨를도 없을걸. 물질에 얽매이지 말고 숭고한 정신, 자네 영혼을 소중히 여겨 봐. 남들 질투할 필요 없어. 없는 것은 곧 채워지고 있는 것은 또 비워지지. 참, 친구는 있나? 좋은 친구 하나 만들고 가. 서로 돕고 비밀도 나누고 죽을 때까지 믿고 가라고. 3인칭 시점으로 자신을 보면 인생이 좀 덜 힘들지. 인생이 한바탕 장난이고 유희야 그러려니 생각하고 자신을 놓아주라고. 그게 삶의 아이러니이긴 하지 힘들지만 즐길 수도 있는 거야. 하루하루를 신성하게 모셔 허투루 보내지 말고. 너무 말이 많은 거 아니냐고? 아, 그렇다고 부담 가질 필요는 없네. 기왕 사는 거, 잘 알고 가면 인생이 더 즐겁지 않겠나. 언제냐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이지. 이렇게 해서 결국 뭘 얻느냐고? 그거야 자네 영혼의 평화지. 많이 듣던 말 있을 거야 inner peace라고 쿵푸팬더 시푸의 대사 있잖나. 비어있는 용 문서를 생각해봐!”
나처럼 생각이 단순한 독자에겐 설명이 단순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보았다. 철학 수업의 결론은 바로 이러하다. 내 마음을 지키고 못 지키는 건 결국 자신의 마음 먹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