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고 도망친 스물아홉살 공무원
여경 지음 / 들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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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공무원이 선망의 직업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 분명한 건 경기가 안 좋고 살기 팍팍한 시절이면 어김없이 철밥통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안정된 직장으로 칼 퇴근과 4대 보험, 복지카드 및 신분이 보장되며 무엇보다 특별히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정년퇴임 후 공무원 연금이 있어 웬만하면 뿌리치기 힘든 직업. 개인의 자발성이나 창의성보다는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특성상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있는 건 안 비밀.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남들의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무원 신분을 어렵사리 획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내던지고 도망을 친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녀는 처음부터 인생의 목표가 공무원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관심도 많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던 유형이었다. 틀에 박힌 대로 움직이기 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목표를 세운 후 달성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전형적인 자기주도 학습자였다. 심지어 적성검사를 받아보면 매년 기업가 또는 활동가의 특성이 지배적이었지만,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보장해주리라는 기대감은 애당초 접어두고 각자도생의 사회임을 파악하였고 국가는 망하지 않을 테니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결정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는 아무런 특출한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흙수저인 자신에게 남은 기회라고는 공무원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른 많은 젊은이들처럼.

 

, 죽을 만큼 힘들었던 공부를 뒤로하고 드디어 저자는 공무원의 세계에 들어선다. 자신이 그토록 노력하고 원했으니 성취감에 행복해야 하겠지만,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 채 마치 물에 뜬 기름처럼 여전히 어딘가 있을 그 무언가를 찾고 있던 자신을 발견한다. 유일한 즐거움은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었던 여건이었고, 이를 계기로 많은 책을 읽고 필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된다. 이 습관으로 곧 지방에서 서울로 독서모임에 오가게 되고 독서를 통해 서서히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구의 크기와 개수를 넓혀간다.

 

배움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는 타이거 우즈의 전처 엘린의 졸업사 연설처럼, 저자는 독서와 필사를 통해 배움의 영역을 확장해가며 모든 분야의 고른 독서로 자신의 내면을 더욱 잘 들여다보게 된다. 한 가지 공부를 하더라도 해당 분야의 책 한권을 쓰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제대로 공부임을 알게 된다. 자신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해외여행을 가고 유학을 갈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자신을 찾는 길은 자신의 가슴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드디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생각은, 대한민국은 왜 젊은이들에게 방황할 시간과 자유를 허락하지 못했나 하는 점이었다. 청소년이 십대 초반부터 자기 진로를 설정하고 매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될는지. 심지어 경제력이 확보된 30대라 하더라도 여전히 자기 꿈을 찾아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는지. 따라서 기성세대와 사회는 청년들이 방황하며 꿈을 찾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록 저자처럼 모든 청년들이 서른 살 무렵 일찍(?)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하는 건 아니겠지만,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일찍 발견할수록 그 인생은 분명히 행복할 테니까.

"나는 당신에게 성공을 위한 확실한 공식을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실패를 위한 공식은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언제나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_허버트 바야드 스워프, 최초의 퓰리쳐상 수상자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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