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 - 기술과 인간의 만남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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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이 만나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이 책이 제시하는 질문은 아주 단순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의체화된 기계 인간의 모습이 언뜻 떠오른다. 두뇌만 순수한 인간의 것일 뿐, 모든 신체 장기가 기계화되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쿠사나기 중령 말이다. 그러나 종래에는 기계화된 의체로 인해 새삼 인간다움의 진가를 발견한다는 역설이 숨어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카이스트 미래학 강의에서 발표 논의된 내용을 압축 정리하여 한 권의 미래백서 또는 연감의 성격을 띤다. 마치 공중에 높이 띄운 드론으로 도도히 흐르는 길고 넓은 강을 촬영하듯, 어느 분야이든 큰 흐름의 어제부터 오늘날까지 일어난 일을 한눈에 알게 해주어 미래에 닥쳐올 일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위 STEPPER 미래전략으로 제시된 분야는 다음과 같다.

 

1. Society 문화, 노동, 복지, 교육, 양극화, 사회 이동성

2. Technology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드론, 생체인식

3. Environment 환경생태, 저탄소 사회, 스마트시티, 사이버 보안

4. Population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미래 세대

5. Politics 행정, 민주주의, 한반도 통일외교, 통일 한국의 정치 체계

6. Economy 소재, 부품, 핀테크, 공유경제, 창업, 지적재산

7. Resources 에너지 전환, 자원, 통일시대의 국토교통, 농업 르네상스

 

, 이만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분야별로 대충 다루어진 듯하다. STEPPER로 요약되는 분야의 과거와 현재를 압축 설명하고 다가올 미래에 어떤 생활양식을 누리게 될지를 전망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워낙 친근하지 않고 기본 개념이 약해 흥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비교적 쉬운 설명으로 오백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비해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반전이 있다. 분야별로 잘 구분 편집돼있어서 특정 분야만 골라 읽기도 수월하다. 현재까지의 우리네 삶의 발자취에 더해 국내 최고의 석학들이 제시하는 내일의 청사진 개념으로 읽으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는 왜 미래를 전망할 필요가 있는 걸까? 인류문명이 그간 축적해온 지식의 양은 이제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하지 않으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넓고 깊고 복잡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가지를 알아들으려면 열 가지를 배워두어야 한다. 그냥 산다고 살아지는 게 아닌 시대를 맞이한 셈이다. 변화의 속도와 형태가 워낙 빠르고 다양하므로 인간이 모든 변화를 일일이 감지하고 정확히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우리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새로운 내용을 접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학습 태도가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전략을 읽어 흐름을 파악하는 자체가 평생학습의 일환인 셈이다.

 

전체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아마도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가장 관심 있는 교육 분야를 들춰본다. 1장 사회분야 미래전략의 하위 제목으로 여덟 장에 걸쳐 미래에 필요한 교육 혁신의 방향으로 의제를 설정한 후 소제목으로 교육의 본질과 가치를 우선 간략히 소개하였고, ‘교육 혁신의 필요성에 이어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인재양성의 당위성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알겠는데 현실을 돌아보면 사뭇 암울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는데 국민적 합의나 교사를 포함한 교육전문가들의 장기간 의견수렴 같은 필수 절차도 없이 대통령 한 사람이 나서서 발표하고 교육부 장관이 뒷수습에 진땀을 흘린다. 그러나 정작 발표내용을 보면 그다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도 아니다. 이쯤 되면 적어도 교육 분야에 대한 미래전략은 빛 좋은 개살구 같다. 가야 할 길은 삼만리인데 교실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아해들을 보노라면 한숨만 절로 나온다. 제발 교육 분야 전략만큼은 현장을 둘러보고 당장 기용 가능한 대책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한 사람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그의 과거를 보라는 말처럼, 이 책을 접하고 나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 충실하게 된다.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장기적이고 일관된 국가미래전략은 국민행복을 위한 선비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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