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영어공부 - 내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
김성우 지음 / 유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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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영어공부, 내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 (김성우)

 

좀 뜬금없지만 영어공부에 관한 아픈 기억 한 가지를 먼저 소개한다. 10년도 더 전에 모두가 기피하던 6개월짜리 장기 교육청 영어연수에 필자는 용감하게도 자원한 바 있다. 왜 용감한거냐고? 평생 한 번 하기도 쉽지 않은 발표수업 조차도 기피하는 풍조였는데 당돌하게도 백배는 부담되는 장기 연수를 받겠다고 덤빈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심정적으로는 당연히 연수를 갈 수 있을 것이리라 무척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면서 당장 빈자리를 채워주는 배려가 싫었던 교장은 터무니없게도 학교가 인적 손해를 보게 될 것이며 공석을 대체할 교사 수급은 해외 장기 연수 시에만 해당된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여 결국은 연수를 불허하였다. 물론 공립학교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던 당시 사립 교장의 전횡의 일부였을 뿐이었다.

 

재교육 받은 교사가 돌아와 학생들에게 배운 내용을 다시 돌려주게 되고 결국 학교 교육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그 분 혼자만 몰랐을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교육철학이 너무나 빈곤하기 짝이 없었다. 이후 분기탱천한 필자는 자력으로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기에 이른다. 졸지에 학위를 받고 호봉까지 오른 데다 대학원 인맥까지 넓혔으니 결과적으로는 매우 고마워해야 할 일이 되어버렸다.

 

분 또는 그와 유사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영어가 누리고 있는 위상과 권력의 작동방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학습자들의 입장에서 어떤 대처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까를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 보았다면 이런 일화를 굳이 소개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는 단 한 차례도 겪어보질 못했긴 하지만...

 

이 책은 직업의 특성상 교사에게 녹아들어 있는 영어에 관한 모든 것을 학습자들에게 몽땅 들어부어 주고픈 욕구를 다시 한 번 자극한다. 아울러 이러한 자극은 일선 교사뿐만 아니라 교장선생님들도 읽고 이해하여 외국어 교사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주는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일단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즐거워졌다. 저자가 단단한 영어공부를 위해 제시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과거 필자의 학습 궤적과 겹쳤음을 알게 되었을 뿐 더러, 어떻게 공부하더라도 결국은 수능의 한 학과목 그 이상도 아닌 정답 찾기로 줄 세우는 도구가 아니라, ‘어렵고 지겹고 의무적인 영어공부에서 즐겁고 신나며 소통의 지평을 넓히는 언어공부로가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보다 더 많은 자본을 획득한 자가 덜 가진 자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다 못해 우월한 존재로 숭앙받는 자본주의의 병폐처럼, 문화자본으로 변신한 영어 사용능력의 유무 또는 정도가 계층을 계급화 시키는 사회문제의 큰 요소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언어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상품이자 권력으로 대우하는 모순 역시 빠짐없이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과도한 영어학습의 압박으로 고단해진 학습자들의 마음에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다독이면서, 우리네 삶을 위한 영어공부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 영어 학습시장을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하자면, 지금까지는 절대 우위에 있던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서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치 식민지 백성처럼 소비주권을 찾지 못하여 휘둘리고 살았던 우리에게, 실천적 변화를 통해 보다 현명한 영어 소비자가 되어 볼 것을 정중히 권하고 있다. 동지애가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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