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츠드렁크 -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
미스카 란타넨 지음, 김경영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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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한 옷차림과 가벼운 술 한잔으로 찾는

내 안의 진정한 행복이 여기에 있다.

행복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를

[팬츠드렁크]를 통해 알아보자.

 

 

이 책은 표지에서 책의 모든 내용을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쇼파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술 한잔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편안해보인다.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것이야말로 힐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사실 필란드와 필란드의 문화를 소개하는 책은 접하기 어려워 어색했다.

그런데 막상 읽고 보니, 우리 문화와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저자는 핀란드에는 환경이나 분위기와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실천할 수 있는 ‘팬츠드렁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핀란드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서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것처럼

한국 독자들 역시 팬츠드렁크로

하루의 저녁을 멋지고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팬츠드렁크』에는 팬츠드렁크의 기원부터 실천 방법,

팬츠드렁크가 행복을 주는 이유,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방법 등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핀란드인들의 행복 비결에 대한 분석 등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술을 먹지 않는 나조차도

엄청 따라해보고 싶었던 한 장면이 바로 표지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챕터에

술 없이도 즐기는 팬츠드렁크가 나온다.

그래서 무알콜이라도 한잔 하며

팬츠드렁크를 실천해봐야겠다.

 

적당한 범위와 깊이로 팬츠드렁크를 다뤘던 이 책의 목표는

구체적인 예시와 실용적인 방법 소개를 통해 팬츠드렁크의 주된 목적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팬츠드렁크를 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

 

2019년에는 좀 더 행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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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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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학은 무겁고 어렵다는 편견 앞에서, 누구나 읽고 싶은 점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은 책을 만들기로 해서 나온 책이 아르테의 작은책 시리즈다. 작은책 시리즈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기획되었는데,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과 원고지 300매라는 가벼운 분량 안에서 정통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과 함께 만들어가는데, 그 시작을 알리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박솔뫼 작가의 [인터내셔널의 밤]이다.

 

  실제로 책을 받아보니, 사이즈가 작아서 웬만한 겨울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가 어디든 가볍게 가지고 다니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인터내셔널의 밤]은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 한솔과 나미 두 여행자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혼잣말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태어난 이후 줄곧 우리는 이 사회 안에서 규정되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자신의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솔과 나미는 각자의 자리에서 떠나 “신기하고 무섭고 이상한 기분”의 심리 상태에서 기차의 옆자리 사람으로 마주하게 된다.

 

  p.19

  요즘은 옆자리에 누가 앉든 보통은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옛날엔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었을까. 지금은 전화 목소리가 너무 크다거나 가방을 치워달라거나 제가 친구가 왔는데 혹시 자리를 바꿔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럴 때 말고는 말을 거는 상황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무슨 책을 읽으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오늘 뭐 하세요, 이런 자연스럽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대화들. 막상 이야기를 주고받자 별것 아닌 일처럼 여겨졌다. 어색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한솔에게는 인생에서 무언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멀리 일본에 가 있는 친구에게서 청첩장을 받고 갈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하려 하지만, 조금씩 변해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금의 자신과, 이십 년 전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중년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결국 참석하기로 마음먹는다.

 

  p.56

  실제 한솔이 여권을 받을 때 구청 직원들은 한솔의 주민등록상 성별이 여성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군필 여부만 여러번 물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군대를 가지 않은 이십 대 젊은 남성이 어떻게든 해외에 나가고 싶어서 여권을 만들러 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솔이 설사 이십 대 젊은 남성이라고 해도 아니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이십 대 남성이라면 더욱 여권을 만들어 외국을 여행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몸을 먼 곳으로 보내기가, 자신을 어딘가로 옮기는 것에 많은 관문이 놓여 있는 것이 선명해 보였다.

 

 한편 나미는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던 곳에서 도망쳐 나온 뒤 쫓기는 불안 속에 괴로워하며 그동안 아끼며 보살피던 아이들을 두고 나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커서, 다 자란 후에 다시 만나면 되지 않느냐는 한솔의 질문에 나미는 지금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단언한다. 한 사람을 좋아하고 알아봐주는 일은 여러 모습을 모두 지켜봐주는 일이 아닐까.

 

  p.44

  교단에서 도망친 이후 병원에서 일하는 이모네 집에서 한 달간 숨어 살았다. 숨어 살았다고 해야 할까.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으니 숨어 살았다고 할 수 있겠지. 이모는 오십대 중반으로 결혼은 하지 않았고 외가와는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 나미는 도무지 도망칠 곳이 없어서 생각을 하다 하다 이모를 떠올렸고 병원으로 무작정 찾아가 기다렸다. 물론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찾고 있을 거라는, 찾아내고야 말 것이라는 생각에 늘 머리가 곤두서 있었다.

 
“시간은 길고 시간은 많고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을 거야. 그냥 살면 된다”는 유미 이모의 말은 도망쳐 나온 세상을 등지고 새로운 관문 앞으로 발을 떼볼 용기를 갖게 해준다.

항구와 커다란 여객선 사진을 함께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제 각자의 새로운 여행지로 다시 떠나려 한다. 두려움을 딛고 하나의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면서 한솔은 가뿐한 발걸음과 함께 센티멘털을 느끼며 수첩에 한 문장을 남긴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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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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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밤 10시, 정신없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또는 이불 속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되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그 흔한 게스트 하나 없이

오직 애청자들의 사연과 음악만으로

2시간 동안 흘러가는 방송.

바로 12년 차 DJ 허윤희가 진행하는 [꿈과 음악 사이에]이다.

그녀의 첫번째 에세이가 나왔다.

 

라디오 DJ답게

오프닝으로 시작해 클로징으로 책을 덮도록 되어 있다.

 

1부 우리는 매일 부끄러움을 먹고 자란다.

2부 선인장처럼 묵묵하고 씩씩하게살아가기를

3부 잊지 않고, 아프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면 행복할 텐데

4부 걸림돌이라 생각했던게 실은 디딤돌이었다.

로 총 4부로 되어 있다.

 

라디오를 들을 때 처럼 사연을 읽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하루의 라디오가 끝나버렸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책장을 덮게 된다.

 

작가는 오프닝에서 평소 방송에서 소개하지 못한 사연들과

기억에 남는 글을 사진으로 찍어두거나 출력해서 가지고 다녔는데,

어느날 카페에서 그 뭉치들을 보니

 '아 이대로 버리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자리에서 몇몇 사연을 옮겨쓰고,

뒤따르는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내려 갔던 것이

이번에 나온 [우리가 함께 듣던 밤]이다.

 

책은 참으로 우연한 기회로 탄생되기도 하나보다.

그런 우연한 기회가 없었다면

나역시 이런 좋은 글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빠듯한 시간 속에서 미처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와

작가의 개인적인 일상이 녹아 있는데,

두가지가 적절히 잘 어울려 이야기가 전개되니 좋았다.

특히 사연과 어울리는 노래 가사까지 선곡이 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노래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심야방송에 맞게 잔잔한 멜로디와

가사가 전달되는 노래가 많아 좋았다.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말들도 많아서

손글씨로 뒤에 남겨보려고

표시해 두었다.

 

p.24

조건 없이 늘 내편이 되어주는 존재.

내 어리고 나약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도 괜찮을 사람.

그 사랑의 힘이 어떤 의미인지 품에 안겨본 사람은 안다.

괜찮아... 괜찮아.

나지막이 등을 두드려주는 그 손길을

 

p.69

밤새 기막힌 여행을 하고도

눈을 뜨는 순간 날아가버리는

꿈의 조각들을 붙잡아두고 싶다.

 

p.78

"나는 그저 묵묵히 자랄 뿐이에요.

어제도 오늘도.

결국은 이렇게 꽃을 피우는 날이 왔네요.

당신은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말이죠."

 

p.154

우리에게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p.194

행복은 작고 사소한 것들 사이에

감춰진 보석이었다.

 

p.280

오늘 당신의 밤에도

따뜻한 별빛이 내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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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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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현실 속 뒤틀린 인간 심리를 건드리며 극한의 공포를 끌어낸 메타 호러의 걸작 『보기왕이 온다』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보기왕이 온다』는 문학에서 보여주는 호러 표현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으며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데뷔작으로 대상을 거머쥐면서 이름을 알리게 된 사와무라 이치는 197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5년 ‘사와무라 덴지(澤村電磁)’라는 이름으로 응모한 「보기왕」이 독특한 문체와 뛰어난 구성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하고, 이 작품은 같은 해 『보기왕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보기왕이 온다]는 총 3장으로 되어 있다. 각 장의 기본 사건은 하나이지만 그 사건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사건의 진실이 다르게 드러난다. 참 묘하게 얽혀있다. 제1장은 평범함 샐러리맨인 다하라가 주인공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는데, 어느날 소름 끼치는 괴물이 그의 행복을 마구 난도질한다. 제2장은 다하라의 아내인 가나가 주인공이다. 행복하게만 보였던 다라하의 가정은 2장 가나의 시선에서 보면 매우 다르다. 가나는 남편과의 육아방식이 달라 매우 힘들어 했었다.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1장에서 봤던 두 부부의 가정이 실제가 어땠었는지 잘 보여준다. 결혼과 육아의 동상이몽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마지막 3장은 오컬트 작가인 노자키가 주인공이다. 1,2장에서는 조연이었던 인물이지만, 여기서는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각 장은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치밀하게 이어져있어서 탄탄한 스토리 전개를 이루고 있어 긴장감과 흥미를 동시에 유발해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p.31

  "이 세상에 참아도 되는 일은 없단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자 할머니가 입술을 떨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 참기만 하면 마음속에 나쁜 게 쌓이는 법이지.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대가가 온단다. 계속 참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 나는 참았어. 그러니까 용서해줄 거야.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세상은...... 이 세상은."

 

  다하라 결혼 전 할머니의 말씀이다. 그러고보면 이미 앞을 내다보시고 하신 듯....하다. 세상은 참아도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다하라의 아내 가나는 참았다. 그렇기에 결혼 생활은 해피엔딩이 안되었던 것일까.

 

p.153

  정말 괜찮다. 머리칼 색깔 같은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남편을 위해 울지 않아도,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p.156

  남편이 이 집에서 없어졌다! 이제 그의 육아 방식에 따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읽으면서도 의아했던 부분인데, 2장에서 가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p.268

  보기왕이라는 요괴에 대해선 부모님이나 친척한테 들었다오. 평소에는 산에 사는데, 가끔 내려와서 사람을 납치해 산으로 데려간다고. 그래서 밤에 잠을 안 자면 "보기왕이 온다.", "보기왕이 산으로 데려갈 거야"라고 겁을 주곤 했지. 또한 보기왕은 부모나 형제 목소리를 흉내내서 아이를 산으로 유인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오. "혼자 있을 때 멀리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도 그쪽으로 가면 안 돼, 몸이 말을 안 듣고 멋대로 산으로 가려고 해도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버텨야 돼. 그건 보기왕의 짓이니까"라고 말이오.

 

  계속해서 '그것'이라고 불렀던, 회색 형체의 괴물, 요괴...바로 보기왕이다. 보기왕은 이름을 부른다. 초반부터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이름만 부르는데,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공포는 더해갔지만, 궁금해서 뒷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이었다면 엄청 시원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첨에는 주변에서  하도 무섭다고 하길래 망설여졌었다. 특히나 밤에 주로 책을 읽는데 어두워지면 보기왕이 온다고 하니...ㅎㅎㅎ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무섭기는 했지만,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잊고 읽게 되었다.

 

숨도 쉴 수 없는 극한의 공포가 온다!

"그것이 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안에 들여선 안 돼"

<고백의 감독>의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

오카다 준이치X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으로 12월에 개봉된다고 한다.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이 될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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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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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괜찮아, 먹고 싶은 건 매일 있으니까."

  사노 요코, 미시마 유키오 등 최고의 작가들이 사랑한

  '소확행' 정신의 선구자, 모리 마리의 국내 첫 산문집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소설이 안써진다."라고 말하는 일본 최고의 미식가이자 소설가, 에세이트인 모리마리의 [홍차와 장미의 나날]이 출간되었다. 표지도 주황색이 전체적으로 되어있고, 과일을 따먹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있어 눈에 확들어온다. 그리고 "좀 곤란한 인생이지만 잘 먹겠습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먹는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홍차와 장미의 나날』은 스승 같은 사람이 성의로 건넨 음식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비난하는 괴짜 미식가의 탐식일지인 동시에, 때로는 곤란하고 때로는 유쾌한 다채로우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거기서 우리는 모리 마리의 행복의 비법을 발견할 수 있는데, 아무리 곤란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맛있는 것 앞에서는 누구나 솔직해지고 행복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삼시세끼 먹고 싶은 걸 생각하고 그걸 먹는다는 건, 다시 말해 누구나 하루 세 번만큼은 자신만의 행복의 순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결코 진흙탕으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때로는 뻔뻔하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고 당당한 모리 마리의 식사 철학, 그리고 행복론은 삶에 서툰 어른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은 크게 5가지 틀에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1. 사랑스러운 먹보, 2. 요리자랑, 3. 추억의 맛, 4. 일상다반사, 5. 홍차와 장미의 나날 이다. 제목도 굉장히 사랑스럽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모리 마리 일가의 식생활뿐만 아니라 숨겨진 사생활도 엿볼 수 있다.

  p.63

  사실 나는 어느 정도는 미치광이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반드시 내가 생각한 대로의 요리를 내가 생각한 대로 해서 먹지 않으면 아무래도 싫다는 것인데, 그 싫은 정도가 좀 병적일 정도로 심하다. 회를 간장에 담그는 정도에 대해서도, 무 간 것이나 여뀌를 뿌리는 정도에 대해서도 까다롭다. 무 간 것은 새빨개져서는 안 된다.

 

  작가의 특성이 일상에서도 묻어나는 대목인 것 같다. 어찌보면 굉장히 까다로워 보이기도 한다.

 

  p.100

  어린 시절, 할머니 미네의 방 앞뜰에 수유나무와 나무딸기가 있었다. 수유열매는 타원형이었고 새빨갛게 익으면 조금 시큼하지만 맛있었다. 하지만 온통 자잘한 씨앗 같은 알갱이가 붙어 있어서 나는 그 열매를 기모노 소맷부리에 문질러 알갱이를 떼어낸 다음 입에 넣었다. 소맷부리가 더러워져서 어머니가 화를 냈다. 또 할머니도 내게 그렇게 수유열매를 잔뜩 따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표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다. 3장 추억의 맛 부분인데, 수유열매와 나무딸기는 어린 시절 작가의 비밀스러운 기쁨이라고 되어 있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추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 우리집 앞마당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빨갛게 앵두가 익어가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나또한 무서운 할머니가 계셔서 몰래 따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갑자기 할머니와 앵두가 생각나는...작가와 교감이 되는 부분인 것 같다.

 

  p.267

 

  차를 마시는 내 눈에 침대 헤드보드 위 빈 베르무트병에 꽂아둔 빨간 장미, 파르스름한 코카콜라병, 짙은 파랑색 병에 꽂아둔 진홍색 장미와 하얀 꽃, 연홍색 꽃 등이 비쳐서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배로 늘려준다. 영화 제목을 빌리면, <술과 장미의 나날>이 아니라 '홍차와 장미의 나날'인 셈이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삽화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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