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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평범한 현실 속 뒤틀린 인간 심리를 건드리며 극한의 공포를 끌어낸 메타 호러의 걸작 『보기왕이 온다』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보기왕이 온다』는 문학에서 보여주는 호러 표현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으며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데뷔작으로 대상을 거머쥐면서 이름을 알리게 된 사와무라 이치는 197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5년 ‘사와무라 덴지(澤村電磁)’라는 이름으로 응모한 「보기왕」이 독특한 문체와 뛰어난 구성으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하고, 이 작품은 같은 해 『보기왕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보기왕이 온다]는 총 3장으로 되어 있다. 각 장의 기본 사건은 하나이지만 그 사건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사건의 진실이 다르게 드러난다. 참 묘하게 얽혀있다. 제1장은 평범함 샐러리맨인 다하라가 주인공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는데, 어느날 소름 끼치는 괴물이 그의 행복을 마구 난도질한다. 제2장은 다하라의 아내인 가나가 주인공이다. 행복하게만 보였던 다라하의 가정은 2장 가나의 시선에서 보면 매우 다르다. 가나는 남편과의 육아방식이 달라 매우 힘들어 했었다.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1장에서 봤던 두 부부의 가정이 실제가 어땠었는지 잘 보여준다. 결혼과 육아의 동상이몽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마지막 3장은 오컬트 작가인 노자키가 주인공이다. 1,2장에서는 조연이었던 인물이지만, 여기서는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각 장은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치밀하게 이어져있어서 탄탄한 스토리 전개를 이루고 있어 긴장감과 흥미를 동시에 유발해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p.31
"이 세상에 참아도 되는 일은 없단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가만히 있자 할머니가 입술을 떨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 참기만 하면 마음속에 나쁜 게 쌓이는 법이지.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대가가 온단다. 계속 참는 게 좋은 일은 아니야. 나는 참았어. 그러니까 용서해줄 거야.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란다. 세상은...... 이 세상은."
다하라 결혼 전 할머니의 말씀이다. 그러고보면 이미 앞을 내다보시고 하신 듯....하다. 세상은 참아도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다하라의 아내 가나는 참았다. 그렇기에 결혼 생활은 해피엔딩이 안되었던 것일까.
p.153
정말 괜찮다. 머리칼 색깔 같은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남편을 위해 울지 않아도,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p.156
남편이 이 집에서 없어졌다! 이제 그의 육아 방식에 따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읽으면서도 의아했던 부분인데, 2장에서 가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p.268
보기왕이라는 요괴에 대해선 부모님이나 친척한테 들었다오. 평소에는 산에 사는데, 가끔 내려와서 사람을 납치해 산으로 데려간다고. 그래서 밤에 잠을 안 자면 "보기왕이 온다.", "보기왕이 산으로 데려갈 거야"라고 겁을 주곤 했지. 또한 보기왕은 부모나 형제 목소리를 흉내내서 아이를 산으로 유인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오. "혼자 있을 때 멀리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도 그쪽으로 가면 안 돼, 몸이 말을 안 듣고 멋대로 산으로 가려고 해도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버텨야 돼. 그건 보기왕의 짓이니까"라고 말이오.
계속해서 '그것'이라고 불렀던, 회색 형체의 괴물, 요괴...바로 보기왕이다. 보기왕은 이름을 부른다. 초반부터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이름만 부르는데,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공포는 더해갔지만, 궁금해서 뒷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이었다면 엄청 시원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첨에는 주변에서 하도 무섭다고 하길래 망설여졌었다. 특히나 밤에 주로 책을 읽는데 어두워지면 보기왕이 온다고 하니...ㅎㅎㅎ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무섭기는 했지만,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잊고 읽게 되었다.
숨도 쉴 수 없는 극한의 공포가 온다!
"그것이 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안에 들여선 안 돼"
<고백의 감독>의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
오카다 준이치X츠마부키 사토시 주연으로 12월에 개봉된다고 한다.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이 될 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