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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서툰 어른들의 마음을 다독인 에세이스트 김신회는 휴식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갑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아무것도 안 하는’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면서, 진정한 휴식은 누가 나에게 허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허락해줄 때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p.4~5
일 년 반 전쯤, 갑자기 오른손 집게손가락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컴퓨터랑 휴대폰을 너무 많이 썼나'하고 가볍게 넘겼지만 점점 더 아프기만 했다. 얼마 안 있어 아픈 손가락이 부어오르더니 통증은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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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무기한 휴가가 주어졌지만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성과는 없어도 끊임없이 움직여대던 일중독자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데도 이러고 있는 내 모습에 죄책감과 자괴감이 느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는 실감이 들 때마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쉬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 죄책감 없이 쉬는게 어려운 것이다.'
나역시 가정주부로 지내면서 평범하게 지내다가 SNS를 접하게 되면서 내 일상은 그 위주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글씨를 쓰고, 책을 읽고, 사진을 올리면서 마냥 즐거웠다. 하지만 어느순간 중독이 되어 있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광박관념에 사로잡혀 지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작가처럼 손가락이 아파왔다. 처음에는 휴대폰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런간가..하면서 가볍게 여겼지만, 곧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손이 계속 아파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그러는 중에 받게 된 책 한권. 제목이 참 와닿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그렇다.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시도를 해보지 않아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어떻게 해야 완벽할까이다. 작가는 심리적 요인을 많이 꼽았다. 실제로 지속적인 심리 상담과 심리 검사를 통해 좀처럼 낫지 않는 손가락 통증이 심리적 요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p.295
이 책은 자기 돌보는 일에는 꼴등인 사람이 안 그런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 일기다. 이 이야기들이 '이 사람도 이러고 사는구나'를 넘어 나를 아끼고 싶은 욕심을 갖게 한다면 참 좋겠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으로 인해 각자가 세상의 시간이 아닌 나만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p.186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통해,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줄곧 관계없는 일이라 여겨온 것들이 사실은 나와 밀접한 관련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p.238
나는 에세이를 사랑한다. 십여 년째 에세이를 써오고 있지만 독자로서도 에세이를 아낀다. 쓰면서도 읽으면서도 작가와 독자가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기보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 그것 때문에 쓰면서 외롭지 않고 읽으면서 정이 든다.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면 마치 작가가 아는 사람 같고 친한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에세이를 좋아한다. 물론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소설도 좋아하지만, 에세이를 통해 그 작가와 조금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를 통해 김신회라는 작가의 삶을 들여다봤고, 그 삶을 통해 전해지는 메세지도 잘 받았다. 작가가 깨달은 나에게 관대해지는 법을 나도 조금은 실천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