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김연수를 좋아하는 까닭을 생각해 보니
순간순간, 몰입이 강하다는 것.
단순한 흡입력만으로 설명하기는 한참 부족하겠지만
일단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진지한 이야기이건 유쾌한 것이건
자기의 이야기로 읽는 이를 사로잡을 줄 아는
그것도 점점 더
그렇게 읽어야 재미난 글을 써 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소설이 아닌 글은 끊어읽는 것이 더 맛나는 사람.
자주 끊어 읽을수록 좋더라. 다른 책을 읽다가 생각나면 그 다음을 읽는 식으로.
아무튼.
호흡이 꽤 괜찮은 이 작가의 소설을 읽다가 끊겨 본 일은 처음인 것 같다. 그것도 세 번이나 연달아. 윽.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이 하나. 어랏?
주어가 통째로 날아간 문장이 그 다음이었고. 엄....
부사가 잘 못 사용된 문장에서 그만 머리를 쥐어뜯고 말았다.
나는 정말 그렇게 찌질한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처음과 끝이 맞물리지 않는 글을 읽은 것처럼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표현되지 않은 것까지 읽어내지 못 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체를 어그러뜨릴 만큼 대단한 문법적 실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뭔가 아주 섬세한 것.
내가 김연수를 읽으며 누구와 공유하지 않아도 혼자 으쓱으쓱 좋아라 했던 그 아주 작은 결이
어슷하게 달랐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치고는 참 찌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