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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ㅣ 좌충우돌 중학생을 위한 5
태기수 지음, 이철민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글을 잘 쓰고 싶지만 첫줄 부터 아무생각이 나지 않는 모든 [ 중학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입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많지만 [ 중학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은 책의 구성이 좀 특별합니다.
중 2병에 걸린 위기철과 기철이를 글쓰기의 세계로 입문을 시키고자 하는 선생님의 대화로 실제 수업하듯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읽는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가벼운 수업하듯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종이와 펜 하나 준비하고 읽어보면 좋을 듯 합니다.

창작 실기 지도 강사로 일하면서 청소년들을 지도해본 경험이 있는 작가님이 책을 통해 중학생과 글쓰기를 지도하는 방법이 흥미롭습니다.
글쓰는것에 관심이 없는 기철이는 억지로 수업에 들어오지만,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봅니다. 그런 기철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생님도 기철이가 반응을 보이길 기다리며 책을 읽습니다. 뭔가 고단수의 느낌이 드는 선생님 같습니다.
이왕 왔으니 억지로 수업을 끌고 가기 보다 학생이 반응을 보이고 궁금해 할때 까지 기다린다는 것이 아이를 대할때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 밀당하는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관심없던 기철이가 반응을 보인 책의 제목은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입니다.

일본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외침이 기철이는 자신의 마음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되고 자신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위안을 받게 됩니다.
선생님은 이 순간을 놓치지않고 기철이에게 너의 마음을 외쳐보라고 말합니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는 기철이의 마음은 비슷하지만 또 다르게 표현됩니다.
책의 중간중간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기철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끌어 당깁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운 중학생 기철이지만 다른 사람의 표현과 말들을 보고 공감을 얻으면서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생각과 의견을 내면서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을 배웁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 봐야 합니다.
책을 보면서 인상적인 대목을 노트에 필사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 중요한 것인지 알려줍니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꺼내서 인상적인 문장이나 좋은 문장을 노트에 필사해봅니다. 그리고 좋은 문장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책은 많이 읽지만 글쓰는 것이 힘들다면 단순히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어떤 구절이 마음에 들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해 보는단계에 들어가본다면, 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수 있는 계기가 되는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필사를 먼저 시작해본다는 것은 모망을 하면서 또 다른 창조의 세계가 열리게 된다고 설명해줍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름과 나이 사는곳 또는 가족관계를 대부분 말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게 정석은 아니지만 나를 소개하는 설명이 아닌 나의 공간과 환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더 많이 말하게 됩니다.
진정한 나를 설명하는 자기 소개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나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나 자신을 인터뷰하는 질문지로 나를 더욱 자세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보고 질문에 답을 적어보면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평소에 내가 고민하던 부분을 억지로 만들고 끄집어 내려고 한다기 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답을 찾는다는 것이 색다른 경험인것 같습니다.
나의 인터뷰 질문지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지는 첫번째 입니다.
<< 1. 어린 시절의 기억 중 잊지 못할 한 장면을 말한다면 무엇인가요? >>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존재하고 앞으로의 내가 만들어 집니다. 나의 과거를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 볼수있다는 점이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중학생이라면 어떤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할지 궁금해집니다. 유치원시절일지 초등학교 시절일지 과거에 어떠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 중학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은 중학생들에게 정말 맞춤형 글쓰기 교재일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는 글쓰기를 하는데 필요한 문법적인 요소가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딱딱한 용어가 나오지 않아서 정말 글을 쓰기 싫어한다면 가볍게 읽으면서 '나도 이정도는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책은 많이 읽지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 보지 못한 아이라면 머릿속에 뒤엉켜 있는 생각을 정리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책에서처럼 재미있게 지도해 주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학생이라면 이 책한권으로 조금씩 글쓰기를 시작해본다면 도움이 많이 될것 같습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나를 잘 아는 것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