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궁궐을 버리고 피난 갔던 임진왜란 때였습니다. 일본 장수가 군대를 이끌고 궁궐까지 쳐들어 왔을 때 텅 빈 궁궐은 꽃들만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향기로운 꽃향기에 이끌려 일본 장수는 선정전 앞으로 왔습니다. 붉은 용과 흰 용이 꽃구름 속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 같은 와룡 매화였습니다. 일본 장수는 조선에만 있는 와룡 매화를 모두 뽑아 일본으로 가져갔습니다. 잔혹하게 매화나무가 뽑혀나간 선정전에는 꽃잎만이 눈물처럼 우수수수 쏟아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와룡 매화는 꽁꽁 묶여 고향을 떠나 일본 장수의 고향에 있는 절에 심겼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 속 와룡 매화의 이야기가 가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낯선 땅에 억지로 뿌리를 내리게 된 와룡 매화는 온몸을 웅크리고 생기를 잃은 채 봄을 보냈습니다. 섬나라의 매서운 태풍을 온몸으로 막으며 여름을 견뎠습니다. 고향의 하늘을 그리며 가을을 보내고, 차가운 눈 무더기를 이기며 겨울을 살아 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어린 새순 하나가 돋아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봄이며 사람들은 아름다운 매화나무를 보러 몰려왔습니다. 와룡 매화는 그렇게 몇백 년을 온 힘을 다해 새순을 올리고 더 질기게 견디고 견뎠습니다.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며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텨 온 와룡 매화는 과연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매화꽃 편지>는 낯선 땅에서 400년의 세월을 견딘 매화나무의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아름다운 글과 그림에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아름다운 꽃잎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와룡 매화의 편지를 아이와 함께 받아보고 우리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