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벽지에 빨간 전등 밑에 초록색 의자가 있고, 그곳에 할아버지와 아이가 앉아 있습니다. 창밖에는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고 집안은 화사하고 따뜻해 보입니다. "할아버지, 이야기 하나만 해 주세요!". "음··· 무슨 이야기가 좋을까?" 할아버지가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어 귀를 쫑긋 세워봅니다. "풀밭에 사는 개구리가 상추를 줄기까지 삼켰다가 꾸르륵 체했었다는 이야기, 해 줬었나?" 상상만 해도 요상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책에 있는 그림은 온통 초록색뿐입니다. 도대체 개구리는 어디 있고, 상추는 어디 있다는 걸까요? 아이가 모르겠다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아이가 좀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사막의 모래 언덕 사이에서 테니스 공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얼이 쏙 빠져 버린 암사자 이야기, 내가 해 줬었나?" 역시나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막과 테니스 공, 암사자를 찾기 위해 열심히 눈을 굴려봅니다. "할아버지!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 보여요. 죄다 노란색뿐이에요!"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그림에는 이상하게도 단색의 배경에 선과 점만 보이뿐 제대로 된 형체가 없어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는 슬슬 짜증이 나다가 화가 날 지경이 되어갑니다. 어째서 아이에게는 색과 점과 선만 보이는 걸까요? <이야기 하나만 해 주세요>는 말맛을 살린 짧은 문장과 시각적 다양성이 한껏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입니다.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글과 경쾌한 원색의 단순한 그림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점과 선을 상상으로 이어나가다 보면 이야기 속 주인공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그림책입니다. 마지막 반전에서 웃음이 빵 터지며 이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보며 아이가 그려주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만나보면 재미있겠습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