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갑옷 책속의책 그림책
강현진 지음, 지연리 그림 / 책속의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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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검은 머리에 검은 치마 아래로 무릎을 모으고 반듯하게 앉아있는 여성은 유리 갑옷을 입고 손에는 긴 칼을 들고 있습니다. 무표정하지만 매서움이 느껴지는 눈매의 여성은 빌딩 숲에서 일합니다. 날카롭게 빛나는 유리 갑옷을 입고 여왕처럼 당당하게. 여성 뒤로는 높은 건물들로 가득한 배경에 연도별로 그래프가 복잡하게 그려지며 이 여성이 얼마나 전문적인 일을 하는지 느끼게 합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도 여성은 유리 갑옷을 벗지 못합니다.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지만 여성의 몸은 유리 갑옷으로 여전히 딱딱하고 차갑습니다. 꿈속에서 철갑을 두른 기사가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달려오고 여성은 숲속에서 쓰러지고 부서집니다. 소스라치게 놀라 꿈에서 깨어나도 어둠 속 여성은 여전히 유리 갑옷에 갇혀 혼자 두려움에 떱니다.


<유리 갑옷>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전문직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방패가 되어주는 유리 갑옷에 오히려 짓눌려 어둠의 세계로 빠져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에서 성공했지만 나다움을 잃어버린 여성의 삶은 어둡고 차갑고, 외롭습니다. 흑백의 그림으로 섬세하게 묘사된 여성의 심리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어둠의 터널 끝에서 여성은 푸르른 바다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낸 여성은 오늘도 어김없이 빌딩 숲에서 일을 하지만 일이 끝나면 자유롭게 무거운 옷들을 훌훌 벗어던지고 내 안의 바다로 뛰어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리 갑옷>은 현실에서 자기를 잃어버린 여성이 내면의 빛을 발견하여 새롭고 풍요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감성적이고 멋진 일러스트로 담아낸 그림책으로 독자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해줍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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