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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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은 젊은 시절의 추억이 많은 동네입니다. 그래서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라는 제목을 보면서부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이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의 신진 작가 플랫폼인 밀리로드에 공개가 되고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만큼 인기였다니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야기는 연남동이 젊음의 거리로 뜨면서 대부분의 집들이 일 이층을 개조해서 카페와 식당으로 임대를 놓게 된 연트럴파크에서 시작됩니다. 아내가 사고로 급작스럽게 죽은 후 장영감은 연남동에 있는 잔디 마당 넓은 이층집에서 진돗개 진돌이와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일층에 세 개, 이층에 세 개의 방이 있는 이 집 곳곳에는 아내의 손길이 느껴지는 꽃과 나무들이 가득했습니다. 장영감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마당을 가꾸고 진돌이와 함께 연남로를 산책하는 낙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늘 야외에서 대소변을 보는 진돌이를 위해 열어두었던 현관문이 바람이 닫혀버리는 바람에 진돌이가 나가지 못하고 그만 장영감의 잔디밭과 비슷한 초록색 이불에 실수를 하게 됩니다. 빨아보아도 가시지 않는 냄새에 장영감은 이불을 들고 진돌이와 함께 동네 빨래방을 찾게 됩니다. 바로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입니다. 기분 좋아지는 향이 나는 세제를 넣고 이불을 돌리는데 테이블 위에 연두색 다이어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실수로 두고 갔을 것 같은 그 다이어리는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이바구가 되어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끄적이는 곳이 되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작은 고민들이 적힌 다이어리를 넘겨보던 장영감은 하나의 글을 보고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게 됩니다. "살기 싫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사람들의 답글이 달린 글들도 많았지만 문들 이 글에서 손이 멈추었고,  이 글 밑에는 아무도 답글을 적어주지 않은 것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약사로 오랜 세월 아픈 이들을 도왔던 장영감은 고심 끝에 테이블 위에 있던 펜을 들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갔습니다. 흙을 만지는 것이 우울한 기분을 씻어낼 수 있으니 화분을 길러보라는 글이었습니다. '직접 흙도 만지고 햇볕도 쬐어주고 물도 주고 가끔 통풍도 시켜주며 스스로도 바람을 쐬면 기분이 훨씬 나아질 겁니다.' 현명하게 나이 든 노인의 삶의 지혜와 힘들어하는 이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배려심이 가득한 답글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짐을 느꼈습니다. 각박하게 굴러가는 팍팍한 도시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의 절망에 이렇게 따스한 글을 남겨주는 장영감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글을 다이어리에 썼던 이에게 장영감의 진심어린 조언이 와 닿을 수 있었을까요?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읽으며 사람들이 이 소설에 열광하고 종이책으로 나와주기를 학수고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독거노인, 경제적인 어려움과 산후우울증에 지친 엄마, 관객 없는 버스킹 청년, 만년 드라마 작가 지망생, 데이트 폭력 피해자, 아들을 해외에 보낸 기러기 아빠, 그리고 보이스 피싱으로 가족을 잃은 청년까지…. 우리들과 닮은 이들이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다이어리에 자신의 고민과 진솔한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서로 이 빨래방을 쓴다는 점 말고는 공통분모도 없는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주고 받는 모습이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만 하려 하지 남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 그것도 아니면 점쟁이라도 찾아가 돈을 내서라도 자신의 아픔을 토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경쟁과 가난과 외로움이 만연한 이 각박한 현실에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따스한 동화 같은 행복감을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책을 읽으며 뭉클함에 코끝이 찡해지고 이렇게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려한 글솜씨는 막힘없이 술술 읽혀 앉은 자리에서 책을 끝까지 잃게 만듭니다. 그리고 나중에 또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밀리의 서재의 신진 작가 플랫폼인 밀리 로드에서 인기를 얻어 종이책으로 출간된 인기를 이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연남동이 한류열풍을 타고 세계인에게 유명해지려나 생각도 해봅니다. 눅눅하고 무거운 마음을 뽀송하고 향기롭게 만들고 싶다면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으로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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