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노루골에 열 살 꽃지가 살았습니다. 꽃지는 지지리도 못난 탓에 놀림을 받았습니다. "꽃지는 메주처럼 못생긴 아이라네. 울퉁불퉁 뚱딴지처럼 박색인 아이라네." 같은 마을 옆집에는 열 살 단이 살았는데 어여쁜 얼굴 덕에 칭찬 가득 받았습니다. "단이는 살구처럼 곱디고운 아이라오. 방긋방긋 박꽃처럼 웃음 짓는 아이라오." 같은 나이에 옆집에 사는 꽃지와 단이는 외모때문에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다른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놀림 당하는 어린 꽃지를 보니 마음이 안좋아집니다. 나도 모르게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고 대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어느 날 심부름을 다녀오던 예쁜 단이가 똥 방귀를 뿌직뿌직 마구 뀌어 대었습니다. 큰일 볼 곳 찾아 헐레벌떡 달리며 살구처럼 뽀얀 얼굴이 삽시간에 누레지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특히나 <구렁이 똥>은 고유 율격인 가사체(3․4조)를 사용해서 글을 읽다 보면 판소리 가락이 들리는 듯 흥이 절로 납니다. 이 느낌이 재미있고 토속적인 일러스트와도 잘 어울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만한 그림책입니다. 단이는 사람 없는 바위 뒤에 길고 굵은 구렁이 같은 똥을 싸고는 툭툭 털고 가버렸습니다. 때마침 새참을이고 가던 꽃지가 구렁이 똥을 발견하고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똥내에 모여든 사람들은 꽃지의 똥이라고 단정 지어버리고는 당장 산에 가서 땅속 깊이 묻으라고 호통을 치었습니다. 억울한 꽃지는 똥지게를 지로 산에 올라 울고 말았습니다. 과연 꽃지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구렁이 똥>은 옛날부터 재물을 가져다 주는 신으로 여겨지던 신성한 구렁이와 냄새나고 더럽게 여겨지는 똥을 모티브로 그려진 그림책입니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하여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구렁이똥, #이정호, #최희옥, #책속의책,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