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가공선 손안의 클래식 3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전설 옮김 / 잇북(Itboo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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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다키지의 <게 가공선>은 1929년 출간될 소설로, 동아시아 자본주의 태동기의 일본의 현주소를 고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출간하면서 주변의 위협과 출간금지로 인해 , 마지막 인생은 불행한 삶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출간 금지가 되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며, 9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소설이 가지는 가치는 유효하다.그가 생각한 자본주으 시스템 안에 나타나느 착취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소수의 자본가가 만든 시스템은 다수의 노동자를 옥죄고 있다. 


1920년대 일본은 청황제에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이 충돌한 시기였다. 자칭 우리가 말하는 빨갱이가 모였으며, 서로 다른 이념의 충돌은 폭력과 갈등을 부채질 하고 있는 시기였다. 여기서 농촌 노동자들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도시 인구가 팽창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도시에 모여들지만 그들에겐 암담한 미래가 펼쳐지게 된다. 순진한 이들을 착취하려하는 자본가의 꼬임에 빠져일본의 노동자들은 선원이 되어서 배에 올라타게 된다. 소설은  추운 얼음의 바다 캄차카 반도로 향하는 어부이면서 잡역을 하는 노동자의 고통이 그려지고 있으며, 그들의 내면의 고통의 실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추운 얼음의 바다 캄차카 반도로 향하는 게 가공선은 배도 아니며 그렇다고 공장도 아니다. 어선의 형태를 뛰고 있지만 항해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움직이는 공장이지만, 공장법의 규제에서 자유롭다. 배 안에서 어로 행위와 통조림으로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규제와 법적 보호에사 자유로운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가는 그들의 자유를 노동자 착취로 이어지게 한다. 배 위에서 잡역부로서 노동자를 착취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소수의 자본가는 자신이 만든 틀에서 노동자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벌금과 월급 압수, 더 나아가 식사를 못하게 하는 규율을 만들어서 노동자 스스로 점점 더 말 잘듣는 동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배위에서 각기병을 걸리면서 얼음의 바다에서 점점 더 죽어가는 그들의 일상들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들의 삶은 피폐함 그 자체였다. 서로가 방관자가 되어서 서로의 이익과 목적을 추구하는 것, 노동자는 태업과 파업을 시도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권리와 죽음을 각오한 행동에는 그에 맞는 응징이 가해지게 되었고, 자신의 마지막 희망마저 꺽이고 말았다. 


게 가공선은 '공장선'이지 '선박'이 아니다. 따라서 항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20년 동안이나 목숨만 부지해가며 운행한 터라 침몰할 수밖에 없는, 비틀거리는 '매독환자' 같은 배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겉에만 진한 화장을 한 채 하코다테로 흘러 들어왔다. 러일전쟁 때 '명예로운' 부상을 당하고 생선 내장처럼 방치되었던 병원선이나 운송선이 유령보다 존재감 없는 모습을 드러냈다. 증기가 조금만 세져도 파이프가 터져서 김을 뿜어냈다.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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