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정의와 법은 도르레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쉽게 혼탁해지고, 망가진다. 하지만 언제나 이 두가지는 도르레처럼 정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뉴스를 보면 전관예우 처럼, 정의로운 사회 추구보다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 법의 기본적인 정신조차 망각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고위직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경우 법을 악용하고, 때로는 돈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법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적폐에 대해서 그 안에 숨어있는 부정부패에 대해 알고 있지만 간섭하지 않고 , 관여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가진 힘에 비해 그들의 힘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게 되면 정의는 무엇이고, 법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며, 인간이 살아가면서 학습한다는 본질적인 의미가 순기능 뿐 아니라 역기능을 가져 오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는 걸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시바타니 데쓰오는 다카오카 아키코의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경찰 수사와 기소, 재판과 판결을 통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다는 사실을 9년이 지난 시점이 되어서 알게 되었고, 시바타니 데쓰오는 무죄 방면되었다. . 데쓰오의 두 아들 나오와 다쿠는 아버지가 교도소에 들어간지 모른채 성장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13살, 10살이 되었다. 무죄로 두 아들 곁으로 돌아온 데쓰오, 하지만 데쓰오는 가족 곁으로 돌아오고 난 이 후 며칠이 되지 않아 사고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형 나오는 실종되고 말았다. 나오가 사라지고 23년이 지난 뒤 또다른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나오의 실종사건 그 때의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되고, 데쓰오의 죽음에 대해 다시 재조명하게 되었다.
미즈사와 가나에는 시바타니 데쓰오의 아내였다. 남편이 죽은 뒤 23년이 지난 시점에서 흥신소를 통해 아들 나오를 찾기 시작하였다.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나오를 다시 찾으려 하는 가나에의 행동 뒤에 숨어있는 도키와 리사의 죽음과 시바타니 데쓰오의 죽음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고, 그것은 경찰이 다시 수사를 시작하게 된 또다른 이유였다. 나오와 같은 또래의 13살 소마 료스케는 23년이 지난 뒤 경찰서 교통계에 근무하게 되었고, 여전히 나오는 실종되고 그 누구도 찾지 못한채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이 소설은 그렇게 23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과 23년 후 일어난 살인 사건을 교차해서, 독자의 흥이를 끌고 있었다. 살인사건 현장에 남겨진 "// =ㅑ" 에 대해서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소마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 그 때당시 경찰의 허술한 수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또한 나오의 거짓말과 나오의 동생 다쿠의 행적들, 데쓰오가 죽기 직전에 일어난 사건들의 흐름들을 캐내면서 빈틈을 찾아내고 있다. 특히 이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교훈은 신뢰와 정의를 중시하는 어떤 조직체가 그 신뢰를 포장하고, 자신들이 유지해 왔던 이미지를 끌고 가기 위해서 개인을 어떻게 희생시키는지이다. 그것은 우리가 권력을 가진 이들이 보여주는 공권력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그 공권력이 가지고 있는 실체와 허술함에 대해서 작가는 고발하고 있다. 그 허술함을 학습하는 그 누군가가 범인이며, 그 범인이 밝혀지면, 범인을 잡으려고 애를 쓰는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허구이며, 부실이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그들은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올라가기는 커녕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사람이 저지르는 어떤 학습된 행동이 잉태하는 결과물이 누군가를 ,조직체를 난처하게 만들수 있다는 걸 이 소설은 여과없이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