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형태뿐인 사랑 : かたちだけの愛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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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뿐인 사랑그동안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을 13편 읽었으며, 소설 <형태뿐인 사랑>은 14번째이다. 그의 작품 세계에 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그의 작품 세계가 쏠리지 않고 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일회용으로 다작을 추구하는 여느 일본 작가와 달리 히라노 게이치로는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으며, 그는 자신의 생각과 사유를 소설 속에 채워 나가고 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오묘한 책 표지에서 두 남녀가 무릎을 꿇고 기대는 모습은 진실된 사랑의 또다른 모습이며, 사랑일란 눈높이를 같이 하는 것이며, 소설 속 두 주인공에 대해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인간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인지, 그 사랑의 형태는 상황에 따라 관점과 의미, 가치가 바뀔 수 있으며, 사람의 생각이 사랑을 마주할 때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각선미의 여왕 ' 가나세 구미코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그 교통사고를 직접 목격한 아이라 이쿠야는 교통사고의 증인이 되었고, 그 사건의 주변인물에서 중요인물로 부각되고 말았다.또한 구미코는 교통사고로 그만 한쪽 다리를 잃어버리고 의족에 의지해 살아가는 삶으로 바뀌게 된다. 가나세 구미코와 동승한 또다른 인물 미카사 류지, 두 사람의 관계는 교통사고로 인해 사라지고 말았고, 두 사람의 암묵적인 계약관계도 사라지고 말았다. 형식적인 사랑관계에서 서로 불편한 존재로 바뀌고 말았다. 대기업 사장의 아들과 연예인의 만남은 전형적인 '형태뿐인 사랑'이었으며, 가나세 구미코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적인 장난으로 인해 비로서 그걸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이미지를 추구하였던 구미코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지만 아이라 이쿠야와의 진실된 사랑을 얻게 된다.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생존이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동물들이 보여주는 생물학적인 사랑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 인간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의식주 뿐 아니라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 가나세 구미코는 연예인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몸부림 치고 있었고, 그것은 미카사 류지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두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았고, 가나세 구미코는 자신의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건 참 힘들다는 걸 이 소설은 우리에게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가나세 구미코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고, 의족에 의지해 살아야 하지만, '각선미의 여왕'은 포기할 수 없었다. '각선미의 여왕'은 멋짐과 아름다움의 실제이며,  이미지였지만, 구미코에겐 삶의 전부였으며 의미였다. 하지만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 땐 두 다리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며, 사느냐 죽느냐 갈림길에서 재활을 하는 구미코에겐 버려도 그만인 형식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걸 버리지 않고, 자신이 가야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된다. 구미코가 미카사 류지가 아닌 아이라 이쿠야를 선택한 이유는 돈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인 욕구와 욕망을 들어주는 존재이며, 자신의 몸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잃어버린 그 '각선미'를 기꺼이 사람들 앞에 내보였던 것처럼 그녀의 의족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한 것이어야 합니다. 실제 다리보다 더 아름답고 더 우아하고, 보는 사람마다 저절로 휘둥그레져서 감탄할 만한 의족, 너무 부러워서 건강한 다리를 떼어내고서라도 달고 싶어질 만한 의족, 그런 멋진 다리와 함께 발랄하게 살아가는 그녀를,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저절로 '와아, 멋있다' 라고 인정할 만한 의족, 그런 의족을 그녀에게 만들어줬으면 해요." (p81)


'나카무라 구미'는 미디어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고, 단지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고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 앞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를 사랑하고 둘 사이의 관계가 이미 상당히 깊어졌다고 느꼈던 그는 지금까지 그 본명의 그녀와 대면하는 것에서 신중하게 밀려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는 자신이 내내 엉뚱한 착각을 했던 게 아닌가 하고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러고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나카무라 구미를 보아야 할 때 자신은 가나세 구미코를 보았다는 것이다. 구미를 생각하고 구미를 그리워했어야 할 때에 구미코를 생각하고 구미코를 그리워했다. 구미를 사랑했을 텐데 실제로는 구미코를 사랑하려 앴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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