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리듬으로 산다 - 나를 지키기 위한 적당한 거리 두기 연습
김혜령 지음 / 시공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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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는 고차원적인 생각을 한다.끊임없이 배우고, 기억하고, 생각하고, 자아를 탐색하면서 살아간다.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의 태생구조는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생각 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스스로 생각을 생산 하는 것 뿐 아니라 누군가 생산해 놓은 생각의 피조물(독서,책)을 내것으로 빨아들이려는 행위는 호모사피엔스만이 보여주는 독특한 행동이다. 이 책을 읽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기억들을 가두지 못하고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 소멸되어지는 내 안의 기억들을 책을 통해 채워 나가는 행위를 반복해 나간다.


저자의 그림 에세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작가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실수하고, 이불을 덮어서 누울 때면 불현듯 떠올리게 되는 걱정꺼리를 끌어안고 이불을 뒤짚어 쓸 때, 나만 그런 건 아닌 거구나, 나만 바보 스런 행동과 생각들을 하면서도 그걸 감추고,자기합리화 하면서 살아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받게 되고 위안을 얻게 된다. 불분명한 기억들이 나의 실수의 원인이 되고, 그것을 내가 미쳐 깨닫기 전에 누군가 주워 담아서 나에게 반격을 가할 때 호모 사피엔스는 분노하게 되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눈물 흘리는 경우도 있다.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지면서 호모 사피엔스로 태어난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 자신의 존재적 가치에 대해서 물어 보고 또 물어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답 없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생각하고,소가 되새김질하는 것처럼,호모 사피엔스도 생각을 되새김질 하면서 생각을 잘게 부수면서 소화시키고 있다.


그림과 텍스트가 더해진 형태의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을 또다른 먼지라고 하면서 먼지로서 나의 생대적 위치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돌이켜 보면 나 자신은 큰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한 우주 공간에서 작은 티클에 불과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지로서 나의 존재감을 항상 느끼고 살아간다면 겸손하게 되고, 감사하게 되고, 삶에 대한 의미를 찾아 나갈 수 있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내면의 소심함을 감추고 대범한 것처럼 살아가면서 , 항상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걸 숨기게 된다. 대범한 것처럼, 쿨한 것처럼 살아가는 게 멋진 것처럼 여겨지지만, 결국 우리는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감정이 서툰 사람이 하는 실수 중 가장 잦은 것은 본인의 서투름을 감추고자 감정을 숨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27년간 나를 관찰한 결과 그렇다.) 화가 났지만 안 난 척하고, 서운하지만 괜찮은 척하고, 좋아하면서 안 좋아하는 척하고, 보고 싶은데 보고 싶지 않은 척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어리고 미숙한 (이라고 쓰고 '지질하다'라고 읽고 싶다.) 감정의 민낯을 들키는 것이 부끄럽기 때무이 아닐까. '너'로 하여금 내 안에서 감정의 동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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