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화경제사 - 돈과 욕망이 넘치는 자본주의의 역사
최우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내 기억 속의 동화는 꿈과 희망으로 채워져 있으며, 동화 속 주인공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평범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도 그렇고, 피노키오의 모험도, 어릴 적 봤던 엄마 찾아 삼만리도 마찬가지였다. 56부작으로 방영되었던 풀랜더스의 개도 그런 구조였다. TV 에서 방영해 줘야만 볼 수 있는 어릴 적 만화들을 이젠 유투브를 통해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어릴 적 봤던 동화는 목적이 다분하며, 동화가 쓰여진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산업 혁명 당시에 쓰여진 동화들이 나오고 있으며, 정치,경제, 역사를 좋아한다면 <동화 경제사>가 가지는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다.
한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내가 본 동화책과 만화가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캐릭터는 분명하지만,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플란다스의 개와 빨간머리 앤, 엄마 찾아 삼만리 였으며, 유럽의 동화가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만화로 바뀐 적이 있는 유럽 동화들은 동화와 자본주의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유럽 사회는 어떠했을까. 성냥팔이 소녀 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가난과 배고픔을 가진 어린 소녀였다. 지금의 기준으로 성냥은 하나의 불을 밝혀주는 돈의 가치로 따지면 얼마되지 않는 존재이다. 하지만 성냥이 처음 등장하고, 널리 쓰여지던 당시엔 착취와 배고픔의 상징이며, 수많은 어린 여공이 성냥을 생산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스웨덴에서 태어는 '성냥공장집 아들' 크레게르는 성냥을 독점 생산하면서, 지금의 화폐가치로 수십조원의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부자와 빈자 사이에 존재하는 그 간극은 2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착취와 피착취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지배와 피지배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어릴 적 만화를 통해 봤던 <엄마 찾아 삼만리> 는 슬픈 내용을 포함하고 맀었다. 그 책의 원제는 이탈리아 작가 에드몬도 데아미치스가 쓴 <쿠오레>이며,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사랑의 학교>로 번역되어 나왔으며, 엄마 찾아 삼만리는 그 안에 하나의 단편으로 엮여있다. 여기서 19세기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는 풍요로운 국가였으며, 경제대국이다.백인 이주 노동자를 흡수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룬 아르헨티나와 그 반대의 성격을 가진 이탈리아. 그건 좁은 땅덩어리에 풍요로운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의 현실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탈리아인들은 너도 나도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되는 현실을 비교할 수 있다. 중남미에 200만명이 넘는 이탈리아 인들이 모이면서, 상대적으로 아르헨티나 원주민들은 배척되고 말았다. 그건 지금 현재 돈을 벌기 위해 세계 각국으로 흩어지는 중국 노동자의 삶이 그 시대에 이탈리아 이주 노동자의 삶의 패턴이며, 제노바에서 아르헨티나로 건너가게 되는 마르코의 여정을 들여다보면 그 시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앤셜리,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빨간머리 앤이다. 책에는 앤셜리가 타고 다닌 자전거가 소개되고 있으며, 만화 속에서 앤셜리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에 주목하고 있다. 자전거가 처음 발명되었던 초창기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의 모습과 다른 앞바퀴가 뒷바퀴에 비해 상당히 큰 구조였으며, 여성들은 그 자전거에 올라탈 수가 없었다. 그건 자전거를 여성이 탈 수 없다는 건 이동의 자유가 힘든 단적인 예이며, 앤셜리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건 여성의 이동의 자유 뿐 아니라 여성 해방 운동의 일종이며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나갔다.사회 구조가 남성 중심에서 여성이 등장하는 혼합된 현태의 사회 구조로 나아가게 되었으며, 루시 몽고메리가 쓴 <앤>은 우리 사회에 여성의 삶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게 되었고, 여성의 일자리도 가정에서 벗어나 사회 진출을 꾀하게 된다.
책에서 소개되는 8편의 동화들, 미국 소설의 시작이 된 <허클 베리핀> ,영국을 조롱한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어행기>, 쥘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대니얼 디포의<로빈슨 크루소>,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앤>은 동화라기 보다는 소설에 가깝다. 그 시대의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으며, 소설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초창기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가의 독특한 장치들과 비밀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존재한다. 또한 내 기억속의 디즈니 만화, 일본 만화와 원작은 상당히 차이가 나며, 때로는 원작의 스토리를 늘리거나 축소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