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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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의 가족은 선대부터 100년 가까이 카스카투라에 종사해왔다. 카스카투라(cascatura)는 자르거나 자연적으로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두었다가 가발을 만들던 시칠리아의 옛 풍습이다. 1926년 줄리아의 증조부가 창업한 란프레디 공방은 팔레르모에 남아있는 마지막 카스카투라 프레디 공방은 팔레르모에 남아있는 마지막 카스카투라 작업장으로 현재 10여 명의 직공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작업물은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으로 팔려나간다 (본문)



이 소설은 인도 출신 스미타,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 줄리아, 캐나다 몬트리올의 사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로 태어난 곳도 직업도 출신도 다른 세 여성은 자신에게 놓여진 운명의 굴레에 따라 만나게 되고,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인도에는 브라만-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이뤄진 카스트 제도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수드라는 카스트 제도에도 속하지 않는 노예보다 못한 불가촉천민 달리트다. 브라만의 똥을 치우는 일을 하는 수드라와 쥐를 잡는 나가라잔 사이에 태어난 6살 랄리타, 새 가족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낯선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특히 6살 랄리타를 위한 두 사람의 모습은 이 소설 전체의 스토리에 중요한 요소였다.


스미타에 비해 시칠리아 출신 줄리아는 삶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모아 가발을 만드는 일을 하는 줄리아의 아버지, 리아는 아버지의 경제적 뒷받침 속에 공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줄리아에게 불행이 찾아오게 된다. 줄리아의 아버지는 예기치 앟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며, 줄리아는 대대로 내려오는 아버지가 해왔던 공방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는 마흔 살 사라는 유능한 변호사이며, 예쁜 세 아이를 두고 잇다.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여성임원으로 자리잡게 된다. 매순간 분초를 다투며 일을 해왔던 사라는 최고의 자리를 코앞에 두고 그만 슬픈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었던 사라의 가족, 사라에게 예기치 않은 유방암이 발생한 것은 사라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특히 사라의 겉으로 드러난 자신감은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한 또다른 화장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직업과 삶을 살아가는 세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운명이었다. 암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없어지게 된 사라는 가발이 필요하였고, 줄라아와 연이 닿게 된다. 물론 사라의 가발은 스미카의 머리카락이며, 스미타는 자신이 가진 머리카락이 삶을 연명하는 또다른 도구였다. 이 소설은 서로 각자 다른 운명에 놓여진 세사람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며,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그대로 노출 될 수 밖에 없었으며, 고통을 그대로 감내해야 했던 그들에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책 표지속에 나오는 손을 잡은 그 모습은 세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하나의 아름다운 모습이며,그들의 삶이 계속 지속되고 잇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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