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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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이면 열리는 춘천국제마라톤에 참가할 때면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춘천 남산면에 있는  남이섬이다. 항상 단체로 움직여야하고 단체로 집에 와야 하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남아있는 남이섬, 그 남이섬에 대한 흔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늦어지기 전에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이 꿈틀거린다.


남이섬 하면 생각나는 드라마 겨울연가이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민형과 유진의 러브 스토리, 주인공이 걸었던 남이섬의 메타세콰이어길, 남이섬은 그래서 중국인과 일본인의 관광객이 많아 찾아왔으며, 예능과 다큐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저자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남이섬에 대한 그리움을 최근에서야 펼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점차 멀어질 그쯤이면, 남이섬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 남이섬을 찾게 된다.


남이섬은 나무로 이루어진 숲이다. 22종 2만 5천그루의 나무들은 각자 제자리에서 자신들의 생명을 꿈틀 거리고 있으며, 햇볓을 터전삼아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자손을 퍼트리게 된다. 서로가 경쟁하면서 선을 넘지 않은 숲의 생테계는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며,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그 단한 가지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숲에는 사 계절이 있다. 우리의 24절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계절마다 서로 다른 꽃이 피고,그리고 지고 있다. 겨울의 추위에 하얀 섬으로 뒤덮인 남이섬은 언제 그랬냐는 듯 봄이 되면 생명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드리우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푸릇푸릇한 단푼이 남이섬 곳곳을 채워나간다. 다람쥐와 청설모는 나무의 열매들을 자신의 먹이로 삼아 남이섬 곳곳에 자생하는 나무는 그렇게 자신의 것들을 고스란히 나누면서 삶을 살아간다. 저자는 나무가 보여주는 그러한 오묘한 지혜는 인간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의이를 가지고 있으며, 나무의 나이테를 바라보면서 상념에 잠겨있는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도시에 살다보면 우리는 계절을 잊고 살아간다. 편리함에 도취되어 자연의 순환에 대해 불평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계절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생각이 내 주변의 자연을 파괴하는 명분을 만들어가고 있다.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나무에 인위적인 성장호르몬을 주입하는 인간의 오만한 행동들, 그것은 결국 자연의 계절마저 바꿔 버리고, 남이섬에 있는 구상나무 마저 멸종위기에 처해지면서 또다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남이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운무를 느껴 보고 싶다.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 숲을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우리가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은 남이섬에도 존재하고 있으며,그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부지런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간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난다는 것은 치명적인 사랑이다. 나무 입장에서는 출혈을 감수하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잎은 광합성을 통해 자신이 쓸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꽃은 온전히 새로운 세대를 위한 기관이다. 오죽하면 대나무는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나서 말라 죽겠는가. 늙은 나무가 유독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것도 찬란한 죽음의 예고일 수 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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