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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
보경 지음,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 2018년 2월
평점 :
전남 순천 조계산 서쪽 기슭에 송광사가 있다. 적적하고 고요한 절애서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보경 스님에게 찾아온 산에 사는 고양이 한마리, 이 책은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고양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아낸 따스한 에세이다. 고양이의 독특한 습성은 개와 달리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으며,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간다. 누가 자신을 선택하는게 아닌 자신을 좋아하는 누군가를 선택하며, 송광사 탑전 냥이도 마찬가지다. 책에는 탑전 냥이의 반복된 일상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고양이는 야행성이며, 쥐와 참새, 뱀을 잡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골에 서식하는 뱀과 쥐로 인해 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꼭 필요한 동물이다. 하지만 절에 서식하는 냥이는 먼가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살생을 하는 고양이와 절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보경 스님은 자신을 따르는 냥이와 함께 사는 걸 택하였으며, 고양이의 습성을 하나하나 관찰하게 된다. 고양이 철학을 언급하면서, 인간이 배워야 하는 고양이의 습성을 면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바라보는 것과 기다리는 것, 인간은 쉽지 않은 이 두가지가 고양이에겐 어렵지 않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몇시간이고 밑을 바라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깔끔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누가 자신을 싫어하든 게의치 않는다. 남이 나를 좋아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선택하는 고양이의 자기주도적인 습성은 인간이 배워야 하는 첫번째 요소였다. 고양이가 보여주는 인내심은 인간이 가지지 못한 또다른 모습이며, 보경 스님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매일 고양이와의 일상을 즐기고 있다. 개과와 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고양이는 주인과의 숨바꼭질을 즐기며, 자신을 좋아하는 딱 한사람에게 자신을 내보인다. 그것이 보경슨님에겐 또다른 친밀감이며, 애처로움 그 자체이다. 보경스님은 탑전 냥이를 키우면서 고양이와의 교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였으며, 자신의 생각을 이 책 곳곳에 채워 나가고 있다.
보경스님은 경행(산책) 의 이로움에 대해 다섯가지를 나열하고 있다. 첫번째 이로움은 먼길을 갈 수 잇는 힘이 생기며, 두번째 이로움은 생각을 가라 앉힐 수 있으며, 세번째 이로움은 병을 줄일 수 있다. 네번째 이로움은 음식을 소화시켜 줄 수 있으며, 다섯번째 이로움은 오랫동안 선정(禪定)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매일 매일 반복된 스케줄과 일상 속에서 불가에서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건 바로 경행의 힘이다. 최대한 느긋하게 다니며 시간에 게의치 않는 것, 순리에 따라 살아간다면 마음을 평온하게 하며, 생각을 끊으며, 삶 속에서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서로 확인되고 신뢰받는 사랑의 힘이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p62)
"살생중죄금일참회, 오늘 하루 살생한 것을 참회합니다. 앞으로 살생하지 말거라."(P78)
고양이들은 어떤 사람이 자기들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이 자기들을 싫어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P100)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보경스님의 일상이 바뀌게 되었다. 외출하고 다시 들어와도 무덤덤했던 일상이 고양이로 인해 설레임으로 바뀌게 된다. 보경 스님 껌딱지가 되어버린 탑전 고양이는 송광사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면서 살생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쥐를 잡는 냥이의 습성을 바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 내려 놓고 고양이를 바라보게 된다. 냥이에게 사랑을 주고 관심을 표하면서, 보경스님은 고양이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평생 1만권의 독서를 지향하는 스님의 모습에서 독서 패턴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북소리> 속에 있는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들, 그동안 독서를 하면서 놓치고 있었던 고양이에 관한 상식들을 탑전 냥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오감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무언가에 마음을 쓰면 그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어진다는 걸 고양이와의 교감에서 체득하였으며, 부처의 말씀을 고양이를 통해 오감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고양이를 데리고 숲을 걸어보면 본능적인 행동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고양이는 앞만 보고 가지 않는다. 몇 발자국 옮겼다 싶으면 뒤를 돌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조심스러운게 '뒤통수'맞는 일이지 않는가. 자기 기분에 취하지 않고 항상 살펴가는 고양이의 태도가 나는 참으로 마음에 든다. 선종에서 '조고각하(照顧脚下)' 라 하여 '발 밑을 살피라' 하는 법문과 다르지 않다.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