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의 모험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7
하워드 파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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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나는 그런 일을 자네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을 때는 그것을 먹고, 빵 부스러기조차 얻을 수 없을 경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빵 조각을 먹지. 마찬가지로, 목을 시원하게 쓸어내릴 맥주르 얻을 수 없을 때면 시원한 물로 갈증을 달랜다네, 조금 전에 여기 앉아서 요기를 좀 할까 망설이며 자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네. 나는 먹기 전에 시장기가 예리하게 발동하도록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그러면 아무리 마른 빵 부스러기조차도 헨리 왕이 먹는 양기름과 건포도를 곁들인 사슴고기 파이처럼 내게는 꿀맛처럼 느껴질 테니까, 지금 몹시 시장기가 느껴지지만 이제 조금 있으면 한껏 고조된 식욕으로 무르익게 될 거라네." (p304)

활소기의 명수 로빈후드의 원작 영화에 대한 것은 남아 있어도 원작 소설을 접한 건 처음이었다. 그의 영화 속 한 장면 자기 자식 위에 놓여진 사과에 화살을 쏘았던 장면은 원작 소설엔 없었다. 다만 이 소설을 접하면, 의적 로빈후드가 홍길동보다 장길산에 가깝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또한 헐리우드 영화 속의 선과 악의 대결, 스파이더맨과 같은 영화들은 로빈후드의 모험에서 모티브를 따오지 않은 걸까, 그 영화속 장면 하나 하나가 로빈후드의 원작과 겹쳐졌다. 


소설은 13세기 영국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헨리 왕의 사슴을 죽이고, 자신의 행위를 방어하기 위해 삼림감독관을 죽이면서 로빈후드는 범법자가 되고 말앗고, 노팅엄 근처 셔우트 숲에서 살아가게 된다. 왕이 사는 곳 근처에서 로빈후드가 의적으로서 보여주는 행동은 유쾌함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로빈후드는 자신에게 처해진 불행에도 굴하지 않고 남다른 처신을 하고 있으며, 왕의 활쏘기 대회에 나가 당당히 상을 타오게 된다. 물론 자신이 상을 탓다는 걸 주교에게 알리게 되는데, 그 모습을 상상하는 그 순간 이 소설이 가지는 재미가 무엇인지 이 소설을 한번 더 읽어야 하느 이유를 명쾌하게 말하고 있다,한먼 읽어서 이해할 수 없는 소설 속 로빈 후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실적 묘사와 로빈후드의 오른팔 리틀존의 모습,두사람은 서로 필요한 존재였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돈이 많은 귀족들의 것을 약탈하는 이중적인 모습의 로빈후드를 볼 수 있다.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건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 시스템이 로빈후드의 모험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닌기 생각되었다. 오래전 부잣집을 골라 털었던 조세형의 모습에 대해 그의 일화가 반복되어서 회자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로빈후드에게도 대도로서의 기질이 숨어있지만, 자신이 정한 선을 넘지 않았다. 셔우트 섬에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것을 취하면서 살아갔으며, 권력을 가진 이들을 눈앞에서 골탕먹이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다. 거지로 변신하고, 음유시인 엘런어 데빌과 함께 살아가면서 오빈 후드는 숲속에서 여유로움과 행복을 놓치지 않으며 살아갔다. 자신에게 걸려 있는 현상금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모험을 즐기게 된다. 사냥꾼으로서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는 로빈후드도, 로빈후드를 잡으려 하는 노팅엄 주장관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활쏘기를 주최한 목적은 자신의 휘화에 있는 궁수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주최한 대회였지만 로빈후드가 등장하면서 그들의 계획은 망치고 말았다. 이처럼 소설 곳곳에는 예기치 않은 장면들이 숨어 있으며, 로빈후드의 모험 속에서 유쾌함과 통쾌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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