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냥이로소이다 - 웬만해선 중심을 잃지 않는 고양이의 바깥세상 참견기
고양이 만세 지음, 신소윤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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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냥이로소이사람으로 살아간다는게 버거울 때가 있다. 인간이 아닌 고양이나 강아지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인간이 누리고 있는 수명보다 짧은 인생을 살아가지만, 동물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겸손함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법정의 무소유를 읽어야만 소유와 무소유에 대해 잠시 생각할 뿐 다시 소유로 되돌아가고, 욕망의 끈을 내려놓지 못하고,결국엔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현재 자신에게 놓여진 삶 뿐 아니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며 살아가는 건 어쩌면 인간 뿐이리라,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내용은 담백하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누리고 있는 삶과 대조적인 인간의 삶, 그 흔적을 고양이 만세, 만세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 신쇼윤씨의 이야기에 빠져 들게 된다.



책 속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세는 코숏과 터키시 앙고라 사이에 태어난 믹스 고양이다. 하양 털을 자랑하며, 6.5kg의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하는 게으른 비만 고양이. 만세에게는 충실한 집사 신소윤이 있으며, 이 책을 옮긴이도 집사 신소윤씨다. 만세가 집에 들어오기전부터 집안의 터줏대감이 있으니, 치와와 제리였다. 제리가 있다면 우리는 톰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사실 고양이 만세가 집에 들어오기 전 톰이 있었고, 안타깝게도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톰을 대신해 들어온 고양이가 바로 만세였다. 


고양이는 고양이만의 세상이 있고, 치와와는 치와와 만의 독특한 세상이 존재한다. 우다다, 골골송, 그루밍, 꾹꾹이,하악질이 취미인 만세는 하루의 16시간을  잠으로 허비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두명의 반려인과 함께 살아가며, 집안의 넘버 원 지우의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고 만다. 자신이 차지했던 공간이 인간 아기 지우에게 모두 빼앗기고 마는데, 그럼에도 만세는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치와와 제리의 삶은 평탄하지 않으며, 만세는 그런 치와와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서로 원수 아닌 원수지간이지만, 서로의 영역을 잘 지키면서 살아간다. 만세와 제리의 동거동락을 보면서 왜 인간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걸까., 서로 뜯기 바쁘고 흠집내기 바쁜 인간들은 정말 중요한 것에 신경쓰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살아간다. 책을 많이 읽으면 지혜로워진다는데, 책을 많이 읽으면, 나의 어리석은 모습만 자꾸 비추어질 때가 많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을때도 그런 생각을 했고, 이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통역기가 있다면 인간과 인간이 서로 소통하는데 쓰는 통역기가 아닌 , 고양이가 쓰는 언어를 통역해 보고 싶다. 저 멀리 우주인들과 소통하려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정작 가까이 있는 서로 다른 종에 대해서, 무슨 말을 쓰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면서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으며, 외계 생명체가 인간과 비슷한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을거라 착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고양이 만세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왜 흔들리고, 걱정과 근심이 끊이지 않는지 생각하게 되며,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지 다시 바라보게 된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고양이 만세의 일상과 치와와 제리의 일상 속에서 인간의 불편한 자화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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