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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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도서 신청했던 다섯 권의 책이 도서관에 이제 도착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몇권의 책을 얻었고,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떤지는 익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문체는 대체로 평이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져 있으며, 이번에 빌려온 <남아있는 나날>도 마찬가지였다. 한나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이 가지는 의미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게 되고 따져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중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는 평이한 문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독서모임이나 학교의 수업 교재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스티븐슨, 그는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달링턴 홀의 집사로 35년간 일하면서 , 스스로 위대한 집사, 품위와 품격을 강조하며, 집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영국신사가 가지는 고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즉 소설 속 위대한 집사(?) 스티븐슨은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달링턴 경의 충성스러운 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링턴 경이 원하는 것, 부탁하는 걸 충실이 이행하고 있으며, 그 목적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스티븐슨의 말과 행동 속에서, 그가 추구하는 이상향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그랬다. 그의 자화상은 우리의 근현대사에도 숨어있다. 달링턴 경이 나치 부역자로서 자신의 삶을 바쳐왔다면, 스티븐슨은 그것에 동조한 셈이다. 스스로 어리석은 행도을 자행하고 있으면서도, 달링턴 경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음 어리석은 선택과 결과로 귀결되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에게 또다른 역사의 슬픈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가 스티븐슨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진 건 아닐런지, 그들의 어리석음이 역사의 향방을 바꿔 놓고 있으며,절대적인 믿음과 신뢰가 가져 오는 무책임함은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지옥의 구렁텅이로 밀어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소설이 맨부커상을 받고, 이후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역사 속에 어떤 인물의 생각과 가치관은 어떻게 하나의 틀이 되고, 그 틀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는 걸, 이 소설 속에서 려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스티븐슨이 두명의 유대인 하녀를 해고한 것, 소설 속 또다른 인물 켄턴 양에 대해서, 그녀가 남겨놓은 편지의 의미는 무엇이며, 스티븐슨의 외곬수적 가치관에 대해서 스스로 후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씁씁했다. 우리 사회 곳곳엔 스티븐슨과 같은 인물들이 사회 곳곳에 암초처럼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의 암덩어리이면서,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합리화를 기반으로 하면서, 스스로 어떤 걸 취하고, 어떤 걸 버리는데 있어서, 그들이 남겨놓은 씨앗은 우리에게 또다른 갈등과 분열이 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반복하는 건 스티븐슨과 같은 맹목적인 복종을 자행하는 이들이 존대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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