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지음 / 첫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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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표지위에 글자 한, 이 책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소설 같은 에세리라고 말하는데, 저자는 자신의 삶과 인생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에세이의 정의가 무엇인지 곰곰히 따져 보게 되었다. 나에게 익숙하면 그것은 에세이가 될 수 있고, 익숙하지 않다면 소설이 될 수 있다. 책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다. 동질감을 느낀다는 건 , 그건 나에게 위로였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나의 과거의 모습을 들여다 보았고, 잊혀지고 사라진 무언가들을 찾아보게 된다. 낡았다는 이유로 구시대의 산물로 취급 당해야 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었고, 저자는 그런 우리의 자화상을 이 책에 담아낸다. 따스함을 느끼지만 때로는 책 속에 우울한 감정도 엿볼 수 있었고, 나의 상처받은 영혼의 실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조용히 잠든 밤거리를 보고 있노라면 이따금 그가 떠오른다. 아마 그는 사막같이 쓸쓸한 밤거리를 홀로 걷다가 말하는 여우를 만났을 것이다(p19)


조용히 잠든 컴컴한 밤이면, 강을 따라 흐르는 물가를 걸어간다.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어스름한, 달의 그림자에 강가에 비출때면 누군가가 생각이 난다. 그 사람이 왜 생각나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주어진 생에서는 만날 수 없기에, 그래서 더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생각하면서, 눈물 짓게 되고, 누군가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주변을 살피게 된다.


우체국에서 기념우표를 사는 그를 보았다
요즘에도 
우표를 사려고 낙옆 깔린 길을 걷는 이가 있었다.

그는 창구네 몸을 기대어 놓고
직원은 전지 우표를 건네며 웃었다.

정겨움이 묻어나는 그의 얼굴에
입술을 따라 봄이 서렸다. (p45)

내 또래 친구들에게 우표 수집은 하나의 취미였다. 우표 수집은 건전한 취미였고, 부모님은 그 취미를 장려했다. 우표 수집을 했던 친구가 생각이 난다. 그 친구가 모은 우표가 있는 우표첩을 구경하면서, 그때의 추억 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땐 당연한 것이 이젠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길을 가다 문닫긴 우표상을 스쳐지나가면 과거의 한 장면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것이 나에겐 서글픔으로 남아있다. 


사는 건 어쩌면 손바닥 위에 모래성을 쌓는 것 같아요. 한 번 쌓기 시작하면 웬만해선 중간에 그만 둘 수 없잖아요. 조금만 나태해져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 나가서 성벽이나 기둥이 금세 허물어져버리도, 살짝만 른들려도 와르르 무너지고. (p169)


그랬다. 눈물 흘렸다. 이 문장을 보면서 후회한다.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나는 모래성만 쌓다가 죽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쌓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듣지 않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무너진 모래성을 보면서 허망함을 느낀다. 왜 후회는 미리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 느끼는 걸까. 후회할 줄 알면서도 또 후회를 반복하며 살아가는게 인간인걸까, 그 생각 할 때가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유쾌하지 않다. 삶에 대한 무게감, 그것이 나를 짖누를 때면 도망가고 싶어진다. 모래성 위에 서있는 나, 저자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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