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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해졌다 ㅣ 창의성을 키우는 어린이시 지침서 1
최은수 지음 / 렛츠북 / 2018년 1월
평점 :
가끔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동심, 그 동심을 나이가 먹어가면서,어릴 적 순수했던 아이들의 동심을 온전히 유지한다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 아이들이 남겨놓은 동시 하나 하나 보면서,삐뚤삐뚤 글씨체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엿보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자꾸만 떠오르고 머물러 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지 알 수 있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더 성숙하고, 새각이 깊다는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바뀌면 많은 것이 망각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학부모가 되면, 자신이 싫어했던 행동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공부에 대한 압박감, 공부는 아이들도 힘들고, 어른도 힘들어 합니다. 특히 그 힘듦의 무게는 상대적이어서, 어른들이 더 힘들고, 아이는 덜 힘들고 그런 건 결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책에서 6학년 송영민 학생이 쓴 <우리 아빠>가 눈길이 갑니다. 항상 전기를 아껴 쓰는 아빠의 모습, 그 뒤에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로 이어진다는 걸 짐작케 합니다. "아무도 몰래 에어컨 틀어놓고 주무시다 나한테 딱 들켜 버렸네" 에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아빠의 위치와 아이의 위치가 순식간에 바뀌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짐작케 합니다. 남의 허물은 그렇게 지적하면서, 자신의 허물은 감추려 하는 우리들의 모습, 아빠와 아들 사이에도 그런 것이 종종 나타납니다.
1학년 허예린 학생이 쓴 <외할머니>는 마음이 찡해져 옵니다. 외할머니의 옷을 외할머니와 동일시하는 그 모습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추억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움 그 자체로 바뀌고 있습니다. 외할머니께서 남겨놓은 유품을 장례식장에 보내고 싶지 않은 손녀의 마음 속에는 외할머니의 따스한 추억과 사랑이 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나의 기억 속에 외할머니는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지금의 내가 있었고, 나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내가 있게 해 준 고마운 사람, 이제는 볼 수가 없어서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파 옵니다. 그리고 허예린의 마음이 내 안의 따스한 마음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