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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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건 이덕무의 삶을 들여다 보고 싶어서이다. 그는 '책만 보는 바보'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간서치(看書癡) 라 일컷는다. 하지만 그에게 또다른 이름이 있으니, 매화만 아는 바보,매탕(T宕) 이라는 또다른 자호가 존재한다. 그의 삶을 들여다 보면 세속의 삶에 둔감하며, 책을 병풍삼아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일평생 2만권의 책을 들여다 보았던 이덕무는 18세기 영정조 시대를 살았으며, 그의 기록은 이덕무 사후 실학자 박지원에 의해 후대에 남겨지게 된다.여기서 이 책을 읽어보면서 가난과 추위에 초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자신보다 4살 위였던 박지원과 벗하며, 박물학자로서 자신의 사살과 삶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말똥구리와 여의주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 굴리기를 좋아할 뿐 용이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 또한 여의주를 자랑하거나 뽐내면서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p35)


책에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성찰하는 이덕무의 자세가 유난히 도드라지고 있다. 자연의 본질은 시대를 거슬러 오면서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뿐이다. 인간을 상위에 놓고 자연을 하위에 놓음으로서, 우리는 오만함과 마주하게 된다. 수평적인 구조가 아닌 수직적인 구조를 취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나아가게 된다. 이덕무는 그런 우리의 자화상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간이 미물이라 부르는 지렁이조차 그 의미가 있으며, 인간은 자연과 동등한 삶을 추구하면서, 평온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옳고 그름의 중간에 우리가 원하는 진실이 숨어 있으며, 이덕무는 그런 우리의 자연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바라본다.


웃음에도 세가지 품격이 있다. 기뻐서 웃는 것, 감개해서 웃는 것, 고상한 뜻이 서로 맞아 웃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 무시해서 웃거나 아첨하느라 웃는 짓은 일체 하지 않아야 한다. (p147)


망령된 사람과 더불어 시비나 진위나 선악을 분별하느니 차라리 얼음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이 낫다. (p151)


박물학자로서 이덕무의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그는 가난 한 삶을 살았고, 추위를 견디면서 살아왔다. 2만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그 당시 서양 문물이 조선과 중국에 물밀듯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양에도 수만권의 장서를 가진 이들이 생겨났으며, 이덕무의 사우를 통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지금처럼 도서관에 책이 없었던 그 시절 이덕무가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는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꿔 나갔다. 자신이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엄격히 구분할 줄 알았다. 세상의 진리를 추구하되 집착하지않는 삶, 사람들과 소통하되 소통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의 삶의 자세는 우리에게 하나의 귀감이 되고 있다. 소통한답시고 ,정작 소통의 본질은 모른채, 살아가는 건 아닌지, 옳고 그른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다툼을 일상화 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된다. 지식을 추구하면서 지혜도 함께 하는 이덕무의 삶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덕무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그의 저서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다. 이 책은 나에게 이덕무 입문서나 다름 없다. 그가 남겨놓은 <청장관전서> 중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주요 대목을 선보이고 있으며,고전연구가 한정주씨의 남다른 해석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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