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켰으면 작가와비평 시선
혜성 지음 / 작가와비평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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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이유없이 돌부리에 채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속상함에 당황스러워지고 상처를 받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많은 걸 배워도 내 안의 흔들림은 해결해 주지 못할때 스스로 아파하고, 고통스럽고, 힘들어합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지는 그 순간 나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그리워집니다. 친구가 될 수 있고, 가족이 될 수 있고, 내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 보는 딱 한 사람이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왜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되니까요. 위로를 얻고, 인정받고 싶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투정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가면 투정할 대상도 사라지고, 내가 의지할 사람도 사라진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상태, 그 순간이 불현 듯 찾아올 수 있습니다. 시를 읽는 이유는 무얼까, 잠시 사유하게 됩니다. 나는 왜 시를 읽고, 시 안에서 무얼 얻으려 하는 걸까, 내가 필요한 것은 사람인데, 그 사람이 없다면,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줄 대상이 필요합니다. 시를 읽으면 그런 것이 있습니다. 시 안에 감춰진 다양한 은유법이 내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고, 나는 괜찮은 거지, 나는 다행인거지 위로울 느끼게 됩니다.


시인 혜성 님의 <들켰으면>에는 시인 혜성님의 마음이 담겨집니다. 위로가 담겨져 있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기쁠 때 즐거운 감정을 느끼고, 누군가 그리울 때, 나 자신의 마음은 어떤 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아프다면 누군가 위로해 줬으면 합니다.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넘어져 욼고 있을 때 괜찮아, 다시 일어나 하고 위로를 얻고 싶습니다. 나에게 소중한 어머니의 마음이 있고, 나의 인생에 끼어들 수 있는 자격을 가진 벗의 마음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오지랖이 나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나의 실수가 , 나의 후회가 절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좌절하고 또 넘어지지 않도록 ,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들켰으면 좋겠습니다. 혜성님의 마음 속에서 나만 아픈게 아니라는 걸, 나만 바보스럽고, 어리석고, 상처받은 영혼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그것 만으로 위로를 얻게 됩니다.


그림일기


초등학교 시절
나는 미뤄둔
그림일기 방학 숙제를 
항상 개학 전날 당일치기로 했다
방안 가득히 일기장을 펼쳐두고
소란을 떠는 딸을 향햐
엄마는 엄하게 일장 훈계를 하셨다.
나는 울면서 꾸역꾸역 일기를 써야했다.

그러나 잠시 후면
엄마는 회초리 대신
크레용을 잡고
그림 일기에 색칠을 하셨다.
나에게 그림은 엄마가 색칠할 테니
일기만 빨리 쓰라고 하셨다.


이제 
엄마가 된 딸은
멀리 산다는 것을 핑계로
바쁠 때는
엄마에게 전화하지 않는다
편안 할 때도
연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괴롭고 힘들 때나
큰일을 앞두고는
엄마를 찾는다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칠순을 넘긴 엄마는 
딸이 흩어 놓은 
밀린 그림일기 숙제를 하느라
며칠 째 밤잠을 설치며 기도하신다
얌체 같은 딸을 위해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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