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영역 K-픽션 20
권여선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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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차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려다 차창 너머로 초승달을 보았다. 어제보다 살이 더 오른 걸로 보아 바야흐로 차는 중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오늘까지 그는 누군가의 인생을 일별하듯 아침, 오후, 저녁달이 아니고 모두 낮달인가 생각하다, 해 뜨고 뜬 달은 죄다 낮달인 게지, 생각했다. 해는 늘 낮달만 만나고, 그러니 해 입장에선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농가 펜션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p96)


어릴 적 시사영어사에서 나온 영한대역을 읽었다. 서양권 고전 문학을 영어와 한글이 번갈아 나오는 책이다. 이제 그것이 바뀌고 있다. 영문학을 한글 번역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한글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서양 사람들이 읽는 시대가 나타나고 있다. 동양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서양을 배워야 한다는 과거의 우리의 의식들이, 이젠 서양인들이 동양을 배워야 한다는 의식으로 채워 나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 기획된 시리즈이며, 한국 문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소설에는 우리의 가족 관계에서의 독특함을 엿볼 수가 있다. 아빠와 딸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관계, 두 사람이 어느 한적한 농가의 펜션에 모이게 된다. 다영과 명덕 두 사람 사이에 김동수 피디가 있으며, 서먹 서먹하면서 어색함으 흐르고 있다. 여기서 펜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그들의 모습, 식당 앞에 있는 하얀 개가 이 소설의 내용의 또다른 전환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흰 개는 소설 속 하나의 복선이며, 동수와 다양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서, 누군가의 부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부재되어짐, 채워지지 않는 그 존재감으로 인해, 두 사람은 한가지 사건을 마주하면서 삐걱거리고 말았다.작가는 두 사람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드러내고 싶었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마주하게끔 만들어 나간다.


소설 속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 속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가까운 사이지만, 거리를  좁힐수 없는 관계, 그것이 우리 일상 속에서 언제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작가는 그런 우리의 한국인이 가지는 독특한 관계를 김동수 피디와 다영 사이에서 드러내려고 하였다. 더 나아가 두 사람 사이에 주변 인물등 유선태, 홍선영이 어느순간 갑자기 전면에 나타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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