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아남았지 -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집 에프 클래식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이옥용 옮김 / F(에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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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무든 걸 정당화한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도,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것도, 어린 소년을 착취하는 것도 말이다. 우리는 망각하고 있다. 전쟁이 우리에게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지,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경험하지 않은 세대는 충돌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은 갈등을 야기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감춰진 갈등은 현재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스포츠, 전 문야에서 우리가 분열되고, 협력하지 않는 건 우리 마음 속에 감춰진 전쟁에 대한 무의식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걸 이 책을 읽으면서,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통해 서, 그 시대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었고,전쟁이 아닌 지속적인 평화가 우리에게 실체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다.


어린이들의 부탁

집들이 불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폭격기 같은 건 몰랐으면 좋겠어요.
밤에는 잠만 잤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벌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도 사람 죽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 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서로서로 믿을 수 있을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좋겠어요.
늙은 사람들도 그렇게 하면 좋겠어요. (p74)

아이들이 바라는 소망은 상당히 소박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인 소유가 아니다. 태어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보편적인 성질을 원한다. 지금 우리들의 아이들의 모습과 100년전 아이들의 모습은 비교가 된다. 엄마가 울지 않고, 잠만 자고 ,폭격기가 사라진 세상,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아이들은 원한다. 그건 전쟁은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부모님이 사라질 수 있고, 나에게 주어진 생명도 빼앗길수 있다. 그건 막연한 두려움이며, 공포이다. 책에는 시 <어린이 십자군>이 소개된다.십자군이 내포하는 종교적인 의미, 그 시 안에 담겨진 시구 '여동생은 오빠를, 아내는 남편을 군대에 빼앗기고 아이는 포화와 폐허 사이에서 엄마 아빠를 끝내 발견하지 못했어.' 는 전쟁이 우리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정쟁의 잔인함을 고스란히 노출 시킨다. 편지에서도 드러나지 않고, 신문 기사에도 나오지 않는 내 가족의 소식들, 나의 소중한 가치들이 상실될 때의 그 느낌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깊은 상심과 마주하게 되고, 살아야 하는 그 이유조차 모른채 사람들은 부유할 수 밖에 없다. 


분서

해로운 지식이 담긴 책들을
공개적으로 태워 버리라고 정권이 명령해
곳곳에서 책을 길은 수레를 황소들에게
장작더미로 끌고 가게 하자
가장 훌륭한 자가 중 하나인 어떤 추방된 작가는
태워 버린 책들의 목록을 살펴보다가
자신의 책들이 누락된 사실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불같이 화가 난 그는 후닥닥 책상으로 달려가 권력자들에게 편지를 썻다.
 제 것도 불태우세요! 그는 단숨에 써내려 갔다. 제 것도 태워요!
그렇게 해 주세요! 제 것들을 남겨 좋지 마세요!
베 책들에서 전 언제나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이제 제가 당신들에게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고 있다니요!
명령입니다.
제 책들을 태워 버리세요!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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