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몰입 -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초집중력 탐구
제갈현열.김도윤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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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의 집중이 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어요."


저는 시합 전에 팬들과 사진을 아예 안 찍어요. 시합 날에는 다른 사람과 눈도 안 마주치고요. 누가 제게 말을 걸어도 그냥 지나가요. 오직 그 시합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죠. 마음이 해이해지는 순간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과정이 하루아침에 망가질 수도 있거든요. 경기 때문에 외국에 가면 교민들이 함께 사진을 찍거나 제게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데, 못 해주죠. 어떻게 보면 제가 버릇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 1분은 내 평생의 모든 것을 뺏어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쇼트트랙 부문 금메달리스트 김동성- (p243) 


이 문장이 눈에 들어온 건 야구선수 이승엽과 류현진 때문이다. 두 선수는 국내 최고의 야구 선수이며, 그들의 기사 댓글을 보면 사인 안해 주는 걸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류현진 선수가 부상을 입었을 때 많은 악플들이 이와 비슷한 댓글이 많았다. 그들에겐 당연한 건데 우리는 그걸 도덕적이지 않고, 이기적이고, 버릇없거나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최고의 선수였고, 하나의 경기에 올인해야만 한다. 특히 4년마다 찾아오는 올림픽이라면 더 그러하다. 작은 실수 하나, 방심이 잘못된 결과를 만들었다는 걸 그동안 수많은 올림픽 선수들을 통해서 마주하게 되었다. 최고의 유도선수였던 왕기춘이 올림픽에서 번번히 금메달을 놓쳤던 것만 봐도 그렇다.찰나의 순간에 성공과 실패가 오가는 그들의 남다른 노력과 몰입,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어떻게 금메달을 땃는지,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 금메달을 따면 그들의 됨됨이를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것은 어떤 선수라도 예외가 되지 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은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기 쉽다. 특히 피겨선수 김연아의 착한 마음씨는 방송을 통해 상당히 많이 비춰져 왔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타적인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그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비추고 있다. 저자는 이기적이며, 자신만 아는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독기가 커질수록 그들은 강해질 수 있었고, 슬럼프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부상 속에서 견딜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남다른 독기이다. 반복된 훈련, 양햑선 선수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4초간의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수천번의 훈련을 반복해왔으며, 부상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부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들의 그런 고통과 불안의 실체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오해하고 실망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부상을 달고 있으면서, 경기에 출전하려는 이유, 쇼트트랙 이정수 선수는 경기 도중 넘어지면서 스스로 다독였고, 또다시 경기에 출전하였다. 


자기중심적인 선수가 왜 잘하는지 아세요?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니까요, 최고의 자리는 딱 하나뿐입니다. 그 자리를 위해 수천 명과 경쟁해야 해요. 자기만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죠. (p65)


개인주의라는 말은 불편하다. 나를 못되고 욕심많은 인간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몰입하고 싶다면, 그 목표를 이루러 자신의 인생을 더 근사하게 만들고 싶다면 '어떤 인생을 만들겠다.' 라는 나만의 욕심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만 생각하라는 말은 그런 뜻이가. (p73)


'또라이 기질'이나 '특이함'은 일종의 '독함'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목표한 것에 끝까지 도달하려는 강한 의지다.(P86)


"독해지려 이를 갈았다면, 물어라! 그 독에 물들기 전에."
이겨야 할 대상을 가져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세워라. 그리고 반드시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다져라. 나조차 알지 못했던 독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런 독함이, 욕심이 나의 실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P100)


금메달을 따는 것은 하나의 점을 찍는 것이다. 그들은 최고의 몰입을 추구한다. 무언가를 취하기 위해선 하나를 버려야 한다.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욕심내다간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 자기 중심적이며, 독함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이타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라이벌은 승자가 될 때만 관대해질 뿐이다. 김연아에게 아사다 마오는 성장의 씨앗이 되지만, 아사다 마오에게 김연아는 경쟁자로서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라이벌이다.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냉엄한 현실, 금메달이 가져다 주는 그 온전한 가치는 그걸 누릴 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만 주어진다. 올림픽이 끝나고 귀국할 때 그들의 환영인사에 맨 앞자리에 금메달 리스트를 배치하는 건 이런게 아닐까 싶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에게 그 냉정한 현실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 건 아닐런지, 그들이 최고의 몰입을 추구하는 이유, 남다른 승부욕을 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글 하나 하나 , 메시지 하나 하나에 공감이 간다. 예전에 마라톤 완주를 할 때 매일 매일 마라톤 일기를 써내려갔다. 한달 300KM의 연습량을 채우기 위해서 나는 그렇게 또라이짓(?)을 반복해 왔다. 비가 와도 뛰어 나가서 10KM 를 채웠고, 컴컴하고 으슥한 곳에서 언덕훈련을 했다. 운동장에서 혼자서 80바퀴를 돌았던 것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의 목표가 분명했으며, 그 목표에 점 하나를 찍기 위해서 나 스스로 독한 마음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그런 독함은 12월 추운 한강에서 꽁꽁 언 바나나를 먹으면서 42.195KM 를 완주했으며, 포항 호미곳 마라톤을 완주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 그렇게 반복된 연습을 해 왔다. 그리고 달성하지 못했지만,30대 초반에 마라톤 100회 완주가 목표였다. 어쩌면 그 과정 하나 하나가 모여서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참가하고 완주한 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의 그런 독함도 금메달 리스트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금메달에 대한 주변의 관심은 긴장과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태릉 선수촌에서 혹독한 훈련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금메달 리스트의 '최고의 몰입'을 내것으로 만든다면 어디에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도 터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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