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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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우스신으로부터 불을 빼돌려 인간에게 전해주었다는 이유로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가 연상되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산꼭대기에 매달린 신세가 되어 매일이다시피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형벌을 받았다. 간은 밤이 되면 다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음날 날이 밝기 무섭게 다시 고통이 시작되었다.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이어지는 고통이었다. (p353)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욤뮈소의 문학작품을 왜 사랑받고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기욤뮈소의 작품 중에서 눈길이 갔던 책으로 종이여자가 있었고, 이후 두편의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가 그동안 남겼던 소설과는 흐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형성되는 미묘한 삶의 패턴들, 그 패턴 속에 존재하는 우연과 필연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형성된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며, 그 인생이 결코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인간의 감정의 패턴과 욕망이 인간을 규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기욤 뮈소는 우리에게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며, 그 안에 감춰진 인간의 행위의 밑바탕에 숨어있는 실체를 들여다 보고 있다.


가스파르 쿠탕스와 매들린 그린. 두 사람은 이 소설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주인공이다. 한사람은 작가이며 , 한사람은 뉴욕 형사였다. 뉴욕에서 파리로 날라온 그들은 파리에 살았던 숀폴 로렌츠가 살았던 집에 들어와 살게 된다. 여기서 두 사람은 공동 계약하지 않았지만 컴퓨터 버그로 인해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공동체가 되고 말았다. 숀 폴 로렌츠의 마지막 남겨놓은 그림 세점이 사라진 것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추적해 나가고 있었다. 


숀폴 로렌츠는 죽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형사 매들린 그린은 형사로서 가지고 있는 촉이 있었고, 숀폴 로렌츠의 죽음 뒤에 감춰진 음모를 추적하게 된다. 그건 그의 아들이 1992년 살해 사건에 연루 되었으며,아들의 죽음과 숀폴 로렌츠의 과거의 어느 한 시점과 접점을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퍼즐 조각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기 위해선 면과 면이 겹쳐지는 그 지점이 일치해야 하며, 선과 선,점과 점이 겹쳐져야 조각이 이어질 수 잇다. 숀폴 로렌츠의 죽음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들의 죽음과 아내 페넬로페와의 이혼, 그 남자는 왜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으며, 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유명한 화가로 살아가기 전에 뉴욕에서의 과거의 삶을 들여다 모면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 나가기 시작하였다. 뉴욕의 지하철을 터전으로 삼아 그래피티 그림 작업을 해왔던 숀 폴로렌츠는 그의 모델 출신 아내가 벌어다 주는 것으로 연명해왔으며, 그래피티를 함께 하는 이들은 지하철 공간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그려왔다.


범인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에서 빗겨나 있으며, 물이 소용돌이 치면서 빠져 나가듯 , 범인은 언제나 어떤 사건은 가까운 곳에 존재하면서 빠져 나가고 있었다. 뉴욕에서 미제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매들린 그린은 숀폴 로렌츠의 죽은 시점과 그가 다루었던 또다른 미제사건들과 겹쳐 놓고 있으며, 그 것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숨겨진 그림,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숀 폴 로렌츠의 마지막 작품 세개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범인이라 단정했던 이들의 누명은 벗겨질 수 있으며, 실제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기욤 뮈소는 어떤 끔찍스러운 범죄가 일어나려면 그 안에 숨어있는 한 사람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보편적인 진리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내면에 숨어 있는 증오심과 복수심, 공격적인 성향은 반복적인 누군가의 폭력에서 잉태되고 있으며, 그 폭력을 또다른 누군가에게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범죄를 아무리 예방한다고 해서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범죄는 사라질 수 있다는 그 보편적인 진리는 언제나 통한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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