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만나다 - 스노보드 초보, 야생의 눈을 달리다
권준우 지음 / 북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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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기억 나지 않지만 히가시노게이코의 소설 중에 스키에 관한 소설이 있다. 그 소설 속에서 눈 속에 파묻힌 범인을 추리에 근거해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해진 코스에서 이탈하는 소설 속 이야기가 첨에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갔다. 우리의 스키 시장은 정해진 코스에서 스키 활강을 해야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취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 내에 700개의 스키 코스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런 곳은 시설은 비록 낡았지만, 스키나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인공 눈이 아닌 자연 눈으로 빛어져 있기 대문에 , 넘어지더라도 부상의 위험이 적으며, 때로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권준우씨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아마추어 스키보더였다. 하지만 아마추어라 하기엔 그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집에서 귤을 까먹다 tv 속에서 우연히 핑크색 비니를 쓴 귀여운 아가씨가 '스노보드 처음 타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라고 하는 그 장면에 꽃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스노보드에 입문하게 되었다. 초보자로서 엉덩방아를 찍고,무릎이 상하고, 넘어지는 가운데, 자신이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남들은 쉽게 배우는데 혼자만 느린 것이 이상하였고, 구피 스타일로 바꾸게 되었다. 국내의 스키장을 다니면서 초보자에서 중급자로, 중급자에서 최상급자로 실력이 일취월장하던 권준우씨는 이제 국내가 아닌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일본의 작은 시골에서 처음 타보게 된 설빙에 푹 빠지게 되면서, 해마다 겨울철이면 , 국내가 아닌 일본으로 스키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목적은 바로 이런게 아닌가 싶다. 취미가 스포츠라면, 그것이 스키나 스노보드라면, 사람들은 자신의 수준을 높이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정체될 때가 있다. 그럴 땐 목적을 잃고 허무한 마음이 들 수 있다. 저자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었다. 국내에서 모든 걸 보았고, 즐겼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였고, 그가 대안으로 선택한 곳은 일본이다. 700개의 스키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 곳곳에 숨겨져 있는 비경을 혼자만 느끼지 않고 함께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변화를 만들어낸다. 스키장이 있으면, 그 곳에 온천장이 있으며, 그 온천장에서 자신만의 추억과 경험을 쌓아가게 된다. 온천에서 멱을 감는 원숭이를 볼 수 있고, 커다란 나무 위에 눈이 쌓여 있는 설산도 스노보드를 타면서 만끽할 수 있다. 스노보드를 타면서 속도보다 컨트롤을 즐기는 권준우씨는 이 책을 통해 일본 곳곳의 스키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자신과 똑같은 취미를 가진 아내와 결혼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천천히 돌아서 왔던 길을 따라 걸었다. 처음 보는 큰 길이 나왔다. 너무 멀리 혼 것임에 틀림없었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 걸었다. 당황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차분한 마음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그동안 길을 여러 번 잃었고 먼길을 돌아온 적도 많았다. 길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길을 찾는 법도 알고 있었다. 그 자리에 서지 말고 느린 걸음으로라도 걷다 보면 길은 나오게 마련이었다. 목적지가 있었다면 길을 잃은 것이었겠지만 목적지가 없었다면 그것은 잘못 온 것이 아니라 멀리 온 것일 뿐이다. 삶의 끝에 목적지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지치지 않게 ,천천히 걷고 걸었다. 다행히 나에게 시간은 많았다. 차가운 바람에 목덜미가 시릴 즈음 나는 내 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한결 몸이 가벼워져 있었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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