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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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지오웰의 <1984>,<동물 농장>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다. 두권의 소설을 읽은 뒤 소설가 박주영씨의 <고요한 밤의 눈>을 읽는다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 소설 안에서 무얼 드러내고 싶은지 어느정도 감이 올 수 있다. 사회적인 소설이면서 조지오웰이 생각한 미래의 모습, 아니 지금 현재 우리들의 삶을 이 소설 속에 드러내고 있으며, 소설가 박주영씨의 자신의 독특한 사유 방식이 무언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 소설은 스파이가 매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은 지워진채 B,D,X,Y,Z ,늙은 노인이 등장할 뿐이다. 그건 스파이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운명이며, 숨어지내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소설 속에서 또다른 인물 Z는 작가 본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물의 특징이라던지, 소설가로서의 회의감이 잘 묘사되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소설가는 주변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될 만한 것을 주워담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을 위태롭게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또다른 스파이들을 관찰하면사 소설가 특유의 생각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그들은 점이었다. 점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누군가 기억된다는 건 위험한 짓이다. 기억속에서 지워져야 하면서 누군가의 기억을 찾아내는 임무를 가진 스파이, 소설 속에는 잣힌의 기억이 지워진채 10개월간 병원에 누워 있었던 사내 X가 있다. X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왜 스파이였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의 20살 이후 15년간의 기억들이 송두리채 날라간 것에 대해서 흔적을 찾고 있다. 왜 자신이 스파이가 되었는지, 자신의 보호자라고 나타난 여자의 정체는 뭔지 알지 못하는 남자. 그 남자 곁에 맨도는 여자가 있다.  


소설의 맨 앞에 등장하고 있는 D 라는 여자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완전한 자유주의자,무정부주의자였던 일란성 쌍둥이 언니와 함께 지내며, 7살 때 부모가 사라지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는 언니가 사라짐으로서 두개의 점이 하나의 점이 되고 말았다. 환자와 자신 밖에 모르는 언니와 자신이 사라질 수 있을거라 짐작했던 언니는 스스로를 감춰 버렸다. 병원을 찾아오는 또다른 점들을 관찰하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병력적 증세들은 바로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증상을 나타내고 잇다. 겉으로 보이기엔 철저히 정상인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내면에 숨어있은 불안함, 신졸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그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서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기억이라는 또다른 실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기억을 완전하게 가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D와 D의 언니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모두 기억으로 남기는 두 사람은 단지 과거에 자신에 대해서만 알지 못할 뿐이다. 스파이로서 살아가야 하는 X,Y 는 그렇게 자신의 기억을 감추면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찾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배후에 있는 또다른 인물들, 그들은 우리들과 같은 지극하 평범한 모습을 가지고 잇으며,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 


가장 덜 양심적이고 덜 진지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는 잘못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가 속한 이 세상은 틀렸다고 느끼면서도 더 이상 싸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누군가는 먹고 살기 바빠서, 누군가는 더 잘 살기 위해서, 다만 지켜보고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사회 뿐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도 아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그냥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기를 바라게 되고 만다. (P48)


이 남자는 도대체 무엇을 이토록 두려워 하는 것일까, 기억상실증에 더해 과대망상증 누군가를 알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언니는 대화라고 생각했다. 정신과 의사다운 대답일까. 아니면 어니다운 대답일까. 정신과에서는 미친 자의 허무맹랑한 소리까지 일단은 진실이다. 그에게는 그렇게 보이고, 그렇게 보이는 그의 내면과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미쳐주는 것이다. (P63)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으니까 그들의 권력이 가능한 거죠. 그들이 누군가를 유명하게 만들 수도 있고 책을 팔리게 하고 사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최소한 발표기회를 주고 원교료도 주죠. 88만원이라도 벌어야 하잖아요. 작가도 사람인데, 그 88만원을 가급적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그 일로 버는 게 그들 손에 달려 있는 거죠. 그래서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은 거죠. 하지만 그런 판단을 독자들이 할 수 있게 되면 그들은 유명무실해지겠죠. 책에 관한 한 대중민주주의가 도래하지 않은 거죠. 다시 엘리트 독재의 시대가 시작된 거죠."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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