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고요가 필요할 때 있다
황청원 지음 / 책만드는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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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다가

종일 걸어온 길가에 물풍선 핀 줄도 몰랐다
그저 밤별이 뿌려놓은 말들인 줄만 알았다/

하기야 그림자 놓치고 헤맬 때도 많았다
기다릴 줄도 몰라서 왔던 길 금세 돌아가고 말았다
오래오래 가슴속 대못 같던 그리운 얼굴도 잊었다. 
당연히 먼저 사라지는 시간의 뒷모습도 눈치채지 못했다

사는 것 훌쩍 접히면 눈물 난다는 일
다 그런 것들 때문일까

하늘로 돌아가 별이 된 이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아는 이들의 별들이 있는지 눈여겨 바라본다
저기 은하수 뒤로 보이는 어느 별이 말한다

한밤 중 익숙한 별빛이 불러 잠 깨거든
오늘은 잊지 말고 무디 잊지 말고
그 옛날처럼 나의 이름 한번 불러다오 (p31)

한 순간 툭 질 수 있겠나

누가 말했다 연꽃은
하 순간 툭 지나니까 아름답다고
그래서 자기도 한 순간 툭 지겠다고

한 순간 툭 지는 법 알고 싶어
바람 부는 날 연꽃밭에 갔다가
고추잠자리 사랑에 한눈팔려
어라 툭 지는 한 순간을 놓쳤다

놓친 순간은 싹 잊어버려라
마지막 갖는 미련은 티끌이다
아까 툭툭 떨어진 꽃잎들인가
물 속에 내려가 가만가만 잠든다

단 한 순간 툭 질 수 있겠나
다 잊고 가만가막 잠들 수 있겠나
그게 말처럼 어디 쉬운 일이겠나 (p56)


나의 10대엔 시를 왜 읽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짧은 글귀 하나 하나에 응축되어 있는 문장 하나 하나 그대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것은 나의 오만함 그 저체였다. 시라는 건 시간과 연결지어지며, 함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따라가게 된다.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시는 그 의미와 다양한 채색을 더해간다. 시는 나에게 기다림이었고, 그리움이었다. 자연 속에서 시는 자신의 빛을 드러내고 있으며, 은유적인 자연으로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게 부질 없다는 걸 알면도 자꾸 기다리는 인간의 마음 ,  그 안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 숨쉬고 있었다. 평소처럼 가볍게 한 말 한마디가, 생체기가 되어서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는 그 시간의 틈새에 끼여 있으면, 그렇게 나는 애달프고 슬퍼진다. 외로움에, 쓸쓸함에 나 자신을 내몰아 버리고,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된다. 인간은 시간 속에 자신의 것을 채우려 한다. 채우고 또 채우지만 그 안의 공허험이 남는 그 순간이 어느 순간 찾아오게 된다. 상념이란 그런 것이다. 부질 없음을 느끼는 그 순간이 나에게 남아있는 상념의 실체였다. 그 안에서 나는 혼자서 울부짖게 된다. 삶의 여백을,삶을 비워 나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의 기억은 망각되어진 상황에 놓여지게 되고, 그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삶에 대한 이야기,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 속에 투영되어지고, 인간의 삶은 그렇게 자연과 겹쳐지게 된다. 나보다 먼저 별이 되어 버린 그들에게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하나 띄우고 싶어졌다. 잘 지내냐고, 건강하냐고,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게 된다. 기약없는 답장을 기다리더라도, 그 안에서 나는 그 안에서 나 자신은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겸손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나간다. 살아있다는 그 단 한가지 이유로 우리는 감사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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