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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울이 있다 - 4학년 2학기 <국어> 나 교과서 수록도서 ㅣ 푸른 동시놀이터 6
박방희 지음, 김미화 그림 / 푸른책들 / 2018년 1월
평점 :
이 책은 동시조집이다. 그런데 동시처럼 느껴졌다.시조가 가지고 있는 3장 6구의 운율을 유지하면서 저자는 동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느낌을 이 책에 채워 나가고 있다. 자연이 가지고 잇는 순수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고,그 안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된다.성인이 되어서 동시를 접하고 가까이 하려는 건 나의 어린 시절 접했던 수많은 책들 중에서 동시에서 느꼈던 그 감성과 따스함을 얻으려 했던 건 아닐까 생각하였다. 혼탁한 세상에서 피곤함에 쩔어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자연과 우리의 따스하고 순수한 본성에 가까운 동시조는 그렇게 내 곁에 찾아왔다.
엄마랑 아기랑
배 속에선 탯줄 통신
태어나선 무선 통신
딱 맞는 주파수로 어디서든 삐리리릭
엄마랑
아기가 쓰는
배꼽 안테나랍니다. (p13)
엄마와 아기는 뱃속에서 서로의 숨쉬어짐을 통해 탯줄로 연결된다. 엄마와 함께 지내는 열달동안의 기간동안 엄마와 아기는 그렇게 탯줄을 통해 서로 통신되어진다.시인 박방희님은 그걸 탯줄 통신이라 부르고 있으며, 아기가 나오면서 엄마와 아기는 무선 통신으로 바뀌게 된다. 아이의 행동 하나 하나 알고 싶은 엄마의 그 마음이 오롯히 느껴지는 동시조집이다. 엄마의 모성에는 그냥 생겨나는 건 아닌 듯 싶다.
부엉이가 뿔났다.
밤새도록 보초 서고
막 잠든 부엉이님
아침부터 카톡새의
카톡 카톡 카톡으로
둥그런 머리통 위로
뿔 두 개 솟아나네. (p40)
시인 박방희님의 남다른 신세대적인 감성을 <부엉이가 뿔났다> 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엉이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며, 카톡은 스마트폰 안에 들어있는 또다른 가상의 과학기술이다. 부엉이와 대조되는 카톡. 우리 삶 속에 스며들고 있는 스마트폰 속의 카톡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아침이면 들리는 카톡은 부족한 잠을 자는 현대인에게 또다른 소음이 되고 있으며, 카톡 소리 하나에 예민해진다.
우리 속에 울이 있다
우리, 우리 하는 사람
저들끼리 울 만들지.
우리, 우리 해 쌓으며
울 속에 갇히고선
저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속 짐승 되지. (p71)
언어유희였다. 우리는 두 개의 의미로 쓰여진다. 하나는 '나와 너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의미이며, 또다른 하나는 '울타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의 정서 깊이 박혀 있는 '우리' 가 사적으로 바뀌고, 돈의 이해관계가 나타나면 본연의 의미는 사라지고 외형만 남게 된다.'우리'가 '울'이 되는 건 바로 이 순간이다. 동시조 속에 깊이 들어가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자화상에 대한 촌철살인적인 의미와 해석기법.그걸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