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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여는 엄마 코칭
박형란 지음 / 미래문화사 / 2017년 12월
평점 :
사춘기 아들, 바로 나의 과거의 모습이다. 사실 남들보다 사춘기가 늦게 찾아왔기에 고등학교 때 사춘기가 그냥 지나갈 줄 알았다. 이유없이 흔들리는 상황, 그 상황이 나에게 찾아왔으며, 지나가보니 그 순간이 사춘기였다. 내적인 흔들림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다르지 않겠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통제되지 않고 말을 듣지 않은 아들은 그렇게 엄마를 멘붕에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나의 어릴 땐 그나마 세상은 지금처럼 혼탁하지 않았고, 길을 잃어도 다치거나 위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말그대로 위험한 세상이 되었고, 내 아이가 부모의 손을 붙잡히지 않는 건 위험이 아닌 경고 수준이라 인식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엄마들이 다 큰 남자 아이를 허리가 아픈 상황에도 업고 다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상황에 사춘기를 지나 지속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여지없이 짖밟는 순간이 바로 남자 아이들의 사춘기다. 이 책은 사춘기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엄마의 마음과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아들의 욕구와 욕망은 무엇이며, 아들을 바른 길로 성장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엄마와 아들이 아닌 여자와 남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분명 엄마와 아들 사이지만, 그걸 모성애의 관점으로 보면 해결되지 않는다. 관리하고 통제하고 싶어하는 엄마의 마음은 아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하지만 아들은 여지없이 엄마의 기대에서 빠져 나오려 한다. 모험심 강하고 도전적인 아들의 행동은 어마의 순종적이고 안정적인 마음과 배치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더 심각해지는 아들의 반항의 실체는 바로 아들과 부모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다. 아들의 어린 시절 순종적이고 엄마말을 잘듣는 아니가 어느 순간 엄마의 품 속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하는 그 순간 엄마가 느끼는 배신감과 상실감, 아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착한 아들, 모범생 같은 왕자가 되는 걸 거부한다. 여기서 학교 생활 조차 아들이 원하는 멘토나 롤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 여자 선생님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며, 남자 아이들은 여자 선생님에게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 멘토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영향을 주는 선생님, 자신의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선생님 조차 존경스러움이 상실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나는 엄마의 입장이 아닌 사춘기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읽어 나갔다. 엄마의 고충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아들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힘들면 아들도 힘들다는 점이다. 엄마는 이성과 감성을 적절하고 통제하면서 아들과 마주하지만, 아들은 그런 과정을 겪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흔들림의 실체를 어떻게 치워야 할지 스스로 찾아 내지 못한다. 여기에 엄마의 흔들림은 불구덩이에 놓여진 아들에게 기름을 붓는 거나 마찬가지다.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고, 아들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하는 엄마의 욕심을 내려 놓는게 좋다. 아들이 스스로 다시 되돌아 오도록 하는 것, 부모님이 필요한 그 순간 아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 주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고 말하고 싶다.
아들과 딸의 차이점은 언어에서 드러나고 있다. 남녀 공학이 늘어나면서 과거의 과거의 남학생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학교 낼에서 남학생은 위축되고, 여학생에 비해 적극적이지 못한다. 저자는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정작 남학생이 필요한 건 말이나 언어가 아닌 몸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학교시스템은 몸이 아닌 말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이 사춘기 남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나쁜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이제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어른들의 세계를 비판적으로 보게 된 남학생은 진짜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의심하고 시험하려 들 것이다. 그리고 그 시험 대상에 부모, 선생님 등 모든 어른이 다 포함된다. (P37)
남학생의 뇌에 관한 지식이 아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들의 행동을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이라고 섣불리 평가하는 실수를 막아준다. (P46)
그것은 부모의 목표이지 아들의 목표는 아니다. 이제 십 대에 들어선 아들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의 모습을 부모처럼 잘 알겠는가. 부모의 눈으로 아들에게 기대하는 목표치를 정해 놓은 것은 아닌가 (P87)
아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권력자도, 유명 스타도 아니며 바로 또래 집단이다. (P167)
청소년은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는 사인을 보낸다.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P174)
자기만의 비밀장소를 가지면 정서적으로 독립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안정감을 지닐 수 있다. (P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