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면의 시간들 - 무의식 속 즐거움을 찾아가는 길 동시대 예술가 1
최울가 지음 / 인문아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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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 미술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였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매주 두시간씩 미술선생님께서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휴식시간 또는 잠자는 시간으로 생각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바로 전 미술시간은 그렇게 하염없이 지나갔다. 돌이켜 보면 그것이 미술에 대한 결핍이었고, 아쉬운 기억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차라리 그 시간에 미술사에 대해서 가르춰 졌다면 지금처럼 미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고, 탐닉하지 않았을 듯 싶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술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미술에 관심 가지는 건 나의 또다른 욕망에 기인하고 있다. 허무하고 외로운 그 마음을 미술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채워 나가고 싶었다. 


이 책을 쓴 저자이면서 화가인 최울가 씨는 서양화가 이다.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한 저자는 파리를 거쳐 뉴욕에 정착하게 된다. 그는 인간을 관찰하였으며, 그들의 심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화이트&블랙 시리즈, 저자의 미술 화풍 속에서 같은 검은 색임에도 그 느낌과 질감은 달라진다. 색체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식들, 언어가 없었던 인간의 삶으로 되돌아가 현대적 동굴 벽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 책은 저자의 사유와 경험을 따라가게 이끌어가고 있다.


저자는 2008년 자신이 그렸던 것들을 모두 불태웠다. 자신이 고생했던 것들을 그는 하연없이 버렸다. 여기서 그의 예술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만족하지 않는 것들은 으스러져야 하고, 으스러진 그 공간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로 채색되어 진다. 인간을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 언저리에 인간과 개와 하이에나, 늑대, 여우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으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의 모습을 그림속에 무의식적인 공간에 채워 나가고 있다. 


그의 그림은 원시적이다. 현대적이면서 원시적인 느낌들, 창조적이면서 세상을 관찰하는 저자의 작품 언저리에 숨어있는 에드거 앨런포의 문학적인 이해와 관조가 느껴지며, 에드거 앨런 포가 살았던 공간을 자신의 예술로 채워 나가고 승화시킨다. 전과 면, 선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은 개과 동물이 그래왔던 것처럼 현실을 그려내면서 살고자 하는 의지, 생존과 본능을 추구하는 그들처럼 예술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저자의 삶을 보면 예술이란 이런 거구나 조금씩 깨닫게 된다. 책에는 저자의 뉴욕생활을 엿볼 수 있으며, 뉴욕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군상을 엿보았다. 인간에게 불친절한 뉴욕의 지하철, 화려한 맨헤튼 속의 또다른 사람들의 모습, 뉴욕의 큐레이터는 우리가 생각했던 보편적인 큐레이터는 아니었으며, 뉴욕의 화가는 뉴욕의 큐레이터에 종속되어졌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인간 자체의 형상보다 그 속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본질적 형상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언제나 내 그림의 주제는 인간이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인간과의 연계성을 의식하지 아니한 때가 없었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 들면 들수록 형상과 본질적 성격차이를 때론 크게, 때론 다양하게 분류하는 버릇이 생겼다. 크게는 네가지 유형의 캐릭터로 고정화하였고, 수많은 우화 속 동물의 성격과 본능을 인간의 네가지 성격 유형으로 분류한 것이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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